악어 입 묶어 과자통·속옷에 숨겨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코브라와 악어 등 야생동물 200마리를 해외에서 몰래 들여와 아파트와 고시원 등 주택가에 유통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이상학 부장검사)는 6일 관세법, 야생생물법 위반 등 혐의로 밀수조직 총책 A 씨를 구속 기소하고 밀수책 B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에서 야생동물 200마리를 밀수하고 54마리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현지 판매책에게 구한 야생동물을 여행용 가방 등에 숨겨 국내로 들여왔다. 어린 악어의 입을 묶어 철제 과자통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수하물로 부치고 일부 동물은 속옷에 숨겨 기내에 반입했다. 장시간 압박 포장 등으로 상당수 동물이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밀수한 야생동물을 19회에 걸쳐 인터넷 파충류 카페를 통해 판매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피규어', '인형' 등 은어로 광고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전국으로 보냈다.

유통된 야생동물 상당수는 초등학교와 가까운 아파트와 빌라, 고시원 등 주택가에서 사육됐다. 지난 2024년 경남 사천시에서 발견된 바다악어 사체도 A 씨가 밀수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발견된 샴악어와 경기 양주시 아파트에 나타난 외래종 뱀 등 외래 야생동물이 잇따라 출몰한 배경에 이같은 밀수조직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코브라와 양쯔강악어, 검정늪거북, 볼비단뱀 등 야생동물 95마리(국제적 멸종위기종 40마리)를 압수해 국립생태원에 맡겼다.
A 씨는 지난 2024년 6~7월 D 씨에게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6000만원을 요구하고 이후 91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A 씨는 밀수책에게 자신을 '스승'이나 '보스'라고 부르게 하는 등 상하 관계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밀수책이 야생동물을 들여올 때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세관에 적발되면 자리를 피했고, 동물이 폐사하거나 보관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물어 돈을 뜯어냈다.
검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거래가 엄격히 제한·금지되는 야생동물"이라며 "국내 불법 유통된 40마리를 보호 조치해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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