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의사 부족에 AI로 해소 불신
의사 수 OECD서 두번째로 적어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의료 현장에 인공지능(AI) 기기를 도입해 취약지 의료 공백을 완화하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기술만으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제12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범정부 'AI 기본의료 전략'을 확정했다. 이번 전략은 ‘생명을 지키는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국가AI전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수립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의료인력이 부족해 취약지 의료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전략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의료 AI 활용과 지원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번 전략은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의료혁신, 전국적인 AI 의료혁신 디지털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AI 의료 생태계 마련 등 3대 전략·12대 중점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하는 응급 이송 AX(AI 전환),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한국형 소버린 의료 AI 개발 등에 착수한다. 소버린(Sovereign) AI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나라 데이터·AI 기술로 개발·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정부는 응급 환자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길에서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칭)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도입한다. 응급 통합 AI 플랫폼은 구급대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 AI 분석으로 지원한다. 하반기 대구에서 시범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병원별 진료역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적기 이송을 돕는 ‘응급의료 정보망'을 고도화하고, 환자 분류·모니터링 등 응급실 내 의료진 판단을 지원하는 ‘지능형(스마트) 응급실'도 개발한다.
또한 지역 동네 의원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대학병원급 진료를 받을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전국 보건소·보건지소 등 지역 보건의료기관과 취약지 1차 의료기관에 진료·행정·건강관리를 보조하는 1차의료 AI 지원 도구(패키지)를 도입해 엑스레이 등 영상판독을 돕고, 진료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며, 만성질환 관리를 지원한다.
섬·산간 등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방문간호사가 AI로 분석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원격지 의사와 협진하는 ‘AI 기반 비대면 재택협진'을 시범 적용한다. 멀리 있는 병원까지 가기 어려운 주민도 집에서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나의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병원 간 진료기록과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공유체계를 마련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광디스크(CD)로 의료영상을 복사하고 같은 검사를 반복하던 불편을 해소한다. PHR은 여러 병원에 흩어진 나의 진료 정보를 한 번에 조회·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신약 개발에도 AI를 활용한다. 고성능 AI 분석을 바탕으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 혁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수술 로봇 등 피지컬 AI 개발도 추진한다. 유전체·세포 등 기초 바이오 데이터를 고성능 AI가 분석하는 통합 플랫폼(K-허깅페이스)과 기업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돕는 국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혁신 신약 플랫폼 등 'K-AI 신약 플랫폼'을 구축한다.
특히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AI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 여건상 첨단 AI 도입이 어려웠던 지역 공공병원을 위해 국가 GPU 기반 '공공의료 AI 플랫폼'에 전국 책임의료기관 72개소를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를 구축한다. 올해 하반기 9개소 시범 개통을 시작으로 내년 30개소, 2029년에는 72개소 전체로 확대한다. 노후화된 지방의료원 전산시스템도 클라우드 기반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교체해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AI 기반 첨단의료 체계를 구현할 방침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이번 AI 기본의료 전략 의결을 계기로 전국 어디서나 국민 모두가 AI 의료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고 응급실 의료진은 특히 적은 상황에서 인공지능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응급실 뺑뺑이 원인은 환자를 치료할 전문의와 진료 역량이 부족한 것이지 환자 분류가 문제가 아니다"며 "영상판독 보조 AI 등을 이용하면 동네 보건소와 의원을 대학병원급 진료 수준으로 만든다는 발표도 과장"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게 하려면 예산을 적극 활용해 공공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며 AI 기술이 아닌 공공의료 확충으로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6'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두 번째로 적었다.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평균 4.0명) 중 두 번째로 적다. 임상 간호인력 수는 인구 1000명당 9.8명으로 OECD 평균(9.7명)과 비슷했으나 임상 간호사 수는 OECD 평균(8.8명) 대비 적었다. 해당 자료는 2023~2024년 통계 결과다.
지난 2월 정부는 의대생을 2027년부터 증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증원된 의대생이 졸업 후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 등 현장에 배치되기까지는 10년 가량 걸린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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