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사회
"평범한 국민과 범죄 피해자에 고통"…보완수사권 폐지 파장
전문가 "수사 오류 바로잡을 수단 약화…경찰 선의에 기대야"
"일부 범죄 전건 송치·고발인 이의신청권 확대만으론 역부족"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한을 없애고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DB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한을 없애고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팩트DB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앤 개정 형사소송법의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정이 검사의 권한 축소를 넘어 수사 품질 저하와 공판 부담 증가 등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찰청이 문을 닫는 오는 10월2일부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전담하고, 검사는 기록을 토대로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는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기록을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법조계는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로 수사 과정의 오류를 바로잡을 마지막 통제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보완수사는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법률가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공소 제기에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는 수사 통제의 과정"이라며 "이를 직접 수사와 같은 권한으로 묶어 폐지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법률적 수사 통제라는 검찰의 본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검사는 수사의 문제를 발견해도 경찰에 다시 수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고, 보완수사가 형식적으로 이행되거나 늦게 처리돼도 직접 바로잡을 수 없다"며 "국가가 수사의 오류를 어떻게 발견하고 바로잡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가 운영 중인 '황당한 불송치 이유 대나무숲'에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불송치 결정 사례가 연일 공유되고 있다. 피해자나 참고인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녹취파일·폐쇄회로 TV 등 제출된 증거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제도가 현장에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보들이 반복적으로 들어온다"며 "모든 불송치 결정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현행 제도가 수사의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오류를 조기에 바로잡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마지막 통제 수단까지 없엔 가장 큰 피해는 스스로 기록을 검토하고 반복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평범한 국민과 범죄 피해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보완수사요구권으로 경찰 수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권 없는 보완수사요구권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실효성이 있다"며 "직접 보완 권한이 없어지면 경찰이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검사가 대신할 방법이 없어 결국 사법경찰관의 판단과 선의에 기대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수사 단계에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가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가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하면 공판 과정에서 증거를 다시 확인하거나 증인을 더 많이 불러야 해 공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입증이 부족한 사건이 늘어나면 무죄 선고뿐 아니라 혐의가 있는데도 불기소되는 사건도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검사가 경찰 기록만으로 공판을 수행하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계속 법정에 불러야 할 수 있고, 검사가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공소 유지가 어려워져 무죄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범죄 사실을 규명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기능이 약해지면 당사자가 스스로 증거를 찾아 다투는 민사소송과 비슷한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범죄를 밝혀 처벌한다는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확대와 추후 입법 과정을 거칠 아동학대·가정폭력·노인학대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건의 전건 송치만으로는 보완수사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양 변호사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지만 수사가 끝난 뒤 경찰 수사가 적정했는지 사후적으로 다투는 제도일 뿐"이라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고"일부 범죄를 전건 송치하는 방안도 실제 형사사건의 죄명이 하나로 떨어지지 않고,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죄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송치 여부 판단이 달라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며 "결국 사회적 약자 보호 여부가 초기 수사관의 법률적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ye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NATE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2개  보러가기 >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