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법무부가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현행 민법을 손질하려는 취지다.
법무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개최한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 민법이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8%는 민법상 동물을 일반적인 물건과 구별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물 소유자가 원칙적으로 동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는 데는 과반(55.7%)이 동의했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83.8%는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별하는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법상 동물은 '유체물'로 분류돼 법적으로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고의나 과실로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더라도 소유자의 재산권이 침해된 것으로 본다. 손해배상 역시 원칙적으로는 치료비나 시가 등 재산상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서울서부지법은 2019년 길을 잃고 배회하던 반려견을 데려가려다 반려견이 저항하자 발로 차 벽에 부딪히게 하고 머리를 여러 차례 짓밟아 죽인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함께 반려견을 견주의 재산으로 보고 재물손괴죄도 인정했다.

정신적 손해 위자료를 반려동물의 재산상 시가보다 더 높게 인정하는 판결도 있다.
대전지법은 2021년 길을 잃은 반려견을 잡아먹을 생각으로 사체를 해체한 사건에서 "반려견은 민법상 물건이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일반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려견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는 시가 300만 원의 3분의 1인 100만 원만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자료가 반드시 시장가치 범위 안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재산상 손해와 별도로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 원고가 10여 년간 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워왔고 사고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700만 원으로 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민법 개정이 이뤄지면 반려동물이 압류·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다만 동물이 민법상 물건에서 제외되면 재물손괴죄 적용 여부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 만큼, 촘촘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대표변호사는 "지금은 아무리 가족 같은 존재여도 재산으로 환가돼 채무를 갚기 위한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법 개정뿐 아니라 강제집행 관련 법률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 변호사는 "동물이 물건이 아닌 것으로 정의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지 않아 오히려 형량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동물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확인하는 취지이므로, 법원은 이를 고려해 오히려 형량을 더 높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손해배상 실무에서도 반려동물을 일반 물건과 동일하게 보지 않고 위자료를 인정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민법 개정 자체보다 형법이나 다른 법률에 미칠 파급효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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