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의 가짜뉴스 피해 방지 당위성도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사람에게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지만 잡음은 여전하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모호해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엔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한 게재자와 대형 플랫폼(일 사용자 100만 명 이상)에 각각 손해배상 및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게재자에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관리 의무를 위반한 플랫폼엔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개정 법안은 규제 대상이 되는 정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라면 '허위정보', 사실로 오인하도록 내용이 변형됐다면 '조작정보'다.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고 증오를 조장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혐오정보는 기존 '불법정보'에 포함된다. 이런 정보를 유통하면 법원은 피해 규모와 유통 기간·횟수 등을 고려해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거나 명예훼손의 고의를 가지고 '불법정보'를 퍼뜨린 경우 등에 한해 규제 대상이 된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제44조10의 제5항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 공익신고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공익신고자와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공개한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차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성·유통하는 이른바 '사이버레커'에 따른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관련 입법이 20대 국회부터 논의됐다. 수년간 법안 발의와 심사를 거쳐 지난 1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공포됐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 중이다.
이 법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호한 기준으로 규제 대상이 무제한적으로 확장하는 반면 배상책임은 확대한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은 "가짜뉴스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피해의 최소성이나 법익 균형성의 관점에서 볼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허위조작 정보를 모호하게 규정하면서도 배상책임은 강화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개인의 주장이나 의견도 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법부도 허위·조작정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난감할 것"이라며 "입법 효과보다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 때문에 가짜뉴스 근절을 목적으로 법제화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임 인정 요건이나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더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법령이라 형사법만큼 엄격한 조문 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최소한 무엇을 기준으로 허위·조작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지, 어떤 요건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등은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짜뉴스의 유통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피해가 확산하는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입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허위 또는 조작된 정보인줄 알고도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면 그 피해는 일반 대중에게 전가된다"며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건 가짜뉴스나 조작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확산해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의 주장과 달리 정치적 주장이나 개인의 견해는 규제 대상이 되지 않고, 공익적 목적으로 보도한 언론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한 조항도 있다"며 "이 법이 적용된 사례와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는데 시행 초기부터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정치적 논쟁거리로만 다루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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