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터지자 김건희 직접 전화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로봇개 사업 등을 청탁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손목시계를 건넨 드론돔 대표 서성빈 씨가 여성용 시계와 함께 같은 모델의 남성용 시계까지 주문한 정황이 확인됐다. 서 씨가 주문한 시계 금액은 7425만 원 상당에 달했다.
김 여사의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2022년 8월 30일 바쉐론 관계자에게 "남자 것도 가능하면 화이트에 검정줄이면 좋겠다고. 두 분이 같은 계열로 콤비로 차겠다고. 좀 전 연락 옴", "가능하면 기분 맞춰주는 게. 이왕이면"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남성용 모델을 추가로 주문했다.
서 씨는 이후 자신의 계좌에서 상품권 업자에게 약 7006만 원을 송금해 상품권을 사들인 뒤, 바쉐론 콘스탄틴 화이트골드 40㎜와 36.5㎜ 시계 두 점, 총 7425만 원 상당을 상품권으로 결제한 것으로 적시됐다.
◆ 서성빈 "대만족, 실물이 더 이쁘다"...김건희 만족
서 씨는 같은해 9월 8일 바쉐론 콘스탄틴 한국지사장에게 "대만족, 실물이 더 이쁘다고"라는 김 여사의 반응을 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사장은 "아 너무 잘됐네요. 역시 회장님이 딱 맞게 골라주셨어요"라고 답했다.
다만 재판부는 여성용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1점만 알선수재 금품으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실제로 남성용 시계 구매를 요청했는지, 시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서 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사용할 남성용 시계를 함께 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판결문에 따르면, 서 씨는 법정에서 김 여사가 외국에서 이 시계를 차겠다는 뜻을 보이자, 자신이 "전 영부인처럼 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만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김 여사가 "몰라서 그렇지, 공식 석상에서는 검소한 것 같아도 막상 애프터 들어가면 보석도 엄청나게 하고 그런다"고 답했다고 서 씨는 전했다.
김 여사가 서 씨의 로봇개 사업을 도왔던 정황도 드러났다.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처가 서 씨 회사와 계약을 맺어 특혜를 줬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자, 김 여사는 서 씨에게 직접 전화해 "다른 것은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이건 그만해라", "언제고 서씨는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는 "김건희는 서 씨가 로봇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식했다"라며 "3990만원 상당의 고가 손목시계를 수수했다면 로봇개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기대 아래 제공된 것임을 미필적으로 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회삿돈으로 마련한 귀금속…"보험 성격"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김 여사에게 제공한 귀금속들은 "향후 기업 현안에 대비한 보험"이었다는 판단도 판결문에 담겼다. 금품은 5560만원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2610만원 티파니 브로치, 2210만원 그라프 귀걸이 등 1억원에 육박한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만나기 어려우니 미리 친분을 확실히 해두려는 보험 성격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내 연락을 받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봤다.
김 여사는 브로치를 받은 뒤 먼저 이 회장에게 "회사에 도와드릴 일이 없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 회장은 "우리 사위가 인수위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통령도 학교도 검사도 다 후배가 되시니 좋은 자리가 있으면 골라서 봐달라"며 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여사가 박 전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쁘실 텐데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격려한 정황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청탁과 대가관계의 연장선에서 금품을 줬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단순히 취임 축하 선물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김 여사 측 주장이 상식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상민 공천 청탁도 유죄…'대통령 부부와 긴밀한 관계'
1억 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작품으로 공천을 청탁한 김상민 전 검사와 김 여사의 관계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2022년 7월부터 '줄리 의혹' 명예훼손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재판 동향 등 수사 정보를 파악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상민이 같은 애가 정치를 해야지"라고 수차례 권유해 김 전 검사가 2023년 초부터 정치 진출 의사를 굳힌 시점을 주목했다. 정치 진출을 모색하는 시기와 그림 제공 시점이 맞물린 점을 근거로 그림은 김 여사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제공된 알선 명목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김 전 검사는 창원 의창구 경선에서 배제된 후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재판부는 직위 신설 계획이 확인된 후 임명이 강행된 점 등을 들어 김 전 검사에 대한 인사상 배려가 이어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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