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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양대산맥' 헌재·법원 충돌…재판소원 선공에 '심리지연' 반격
법원 '헌재의 기본권 침해' 심사
헌재 "응할 의무 없다" 불쾌감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6.06.08./뉴시스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6.06.08./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두 기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헌법기관 간 견제라는 평가와 헌법 취지를 벗어난 월권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전보성 수석부장판사)는 헌재의 4년 가까운 헌법소원 심리 지연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심리를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한 달 안에 지연 사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재판 과정에서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가 문제 될 경우 법원이 심사하고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헌재의 심리 지연을 '부작위 처분'으로 보고, 이 역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약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20일로 정해져 있어 그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절차적 조치가 없는 만큼, 헌재가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결론을 미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헌재의 심리 지연을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와, 이 지연이 형사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췄는지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장기 심리 지연이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만큼 법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는 헌법기관 간 견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처분' 여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이 규정하는 처분은 적극적인 행위인 '작위'이면서 행정작용을 뜻하는 것으로, 헌재 재판과 같은 사법작용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의 심리 지연을 부작위 처분으로 보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처분이 사법 작용을 말하는 것이라면 상급심도 아닌 법원이 다른 법원의 재판 방법을 심리할 수 있다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재판의 전제성이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처분의 위헌 여부가 이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 심사를 허용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법원 재판을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는 '헌바' 사건으로, 헌재는 법원이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항소심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심리 지연이 형사사건의 결론을 좌우하지 않는 만큼 애초에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재판소원법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반대했다. /더팩트 DB

이번 조치를 두 기관의 '권력 투쟁'으로 읽는 해석도 있다.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을 둘러싼 법원과 헌재의 시각차가 깔려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헌재는 법원의 재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헌법적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반면 법원은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를 초래해 국민의 소송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반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반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가 법원 판결을 심사할 수 있게 된 만큼, 법원도 헌재의 재판 지연을 부작위 처분으로 보고 사실상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도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부여되지 않은 권한을 근거로 헌재 재판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월권이자, 헌법을 왜곡 해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는 법원의 요구에 응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법원이 해당 헌법재판의 주체도 당사자도 아니어서 심리 경과 제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한 달이 지나도 법원의 의견서 제출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의무 규정 같은 건 전혀 없다"라며 "문제 된 사건은 그동안 충분히 심리가 이뤄져 왔고 내부적으로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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