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아이들 위하는데, 차별에 박탈감"
폐암 사망자 증가…건강권 위협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 서울 도봉구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2년째 근무 중인 조리실무사 40대 A 씨는 최근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서울시교육청 소속이든 위탁업체 소속이든 똑같이 아이들을 위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건강권 보호에서 배제되니 박탈감이 든다"며 "고용 형태로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폐암 검진 사업에서까지 차별받는 느낌이 들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는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지원 사업에서 민간 위탁업체 소속은 제외되고 다.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급식종사자들의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민간 위탁 이유로"…폐암 검진 배제된 1100명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학교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검진은 방사선 노출 위험을 고려해 희망자에 한해 실시되며 종합병원 기준 1차 검진비 14만8000원, 상급종합병원 기준 15만3000원이 지원된다. 시교육청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모든 학교 급식종사자는 출생연도에 따라 2년 주기로 폐암 검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6년 하반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실시 안내' 공문에는 "폐암 검진 대상자는 공·사립 초·중·고·특수학교 및 직속기관으로 한정하며 용역 근로자 등 타사업체 소속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됐다. 시교육청 소속 급식종사자 6470명과 달리 위탁 방식으로 급식을 운영하는 서울 시내 학교 174곳의 위탁업체 소속 급식종사자 1156명은 폐암 검진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 "주부보다 폐암 확률 16배"…폐암 사망 17명
급식종사자들은 기관지와 폐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매일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환경에서 엄청난 양의 '조리흄'을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조리흄은 230도 이상 고온에서 기름을 동반한 가열 작업을 할 때 지방 및 여러 성분이 분해되며 발생하는 고체입자를 말한다. 조리흄에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된다. 가스 열원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자동차 디젤엔진의 배기 성분인 '다방향족탄화수소(PAHs)'도 포함돼있다. 다방향족탄화수소는 대표적인 발암성 유해물질이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학교 급식종사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 전업주부의 16배 정도로 보고된다"며 "급식실 환기시설 미비로 급식종사자들은 불가피하게 대용량 조리 시 급격히 분출되는 유해물질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어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전국 학교 및 교육기관 급식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신청은 총 213건에 달한다. 이중 178건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같은 기간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종사자는 14명이다. 올 4월까지는 3명의 급식종사자가 추가로 숨져 사망자는 총 17명까지 늘었다.
유혜진 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은 "일주일에 많게는 4번까지 튀김, 전, 볶음요리를 하다 보니 조리실에 기름 분진과 조리흄 등이 가득 찬다"며 "뿐만 아니라 방학 중 식기 등을 삶는 작업을 하는데 기름때 등을 제거하기 위해 독한 세제를 넣고 펄펄 끓일 때 발생하는 가스를 흡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현장에서는 코피가 멈추지 않거나 얼굴에 발진이 생기는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며 "조리흄과 독한 세제 성분이 급식종사자들의 기관지, 폐, 호흡기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폐암 검진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례상 학교 소속 급식종사자만 지원…"위탁업체 사업주가 해결해야"
더욱이 위탁업체 소속 급식종사자들은 폐암 검진 제외 외에 업무 과정에서도 소외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시교육청 소속 급식종사자들은 필수 보건증 발급 비용도 지원받고, 사람이 직접 올라가야 해 모두가 무서워하는 작업인 환기 후드 청소도 지원받는다고 들었다"며 "반면 위탁업체 소속인 우리는 보건증 비용은 물론 후드 청소 지원도 없어 노동자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닦아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법령과 조례를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학교급식법' 및 '서울특별시교육청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는 사업"이라며 "조례상 급식종사자는 시교육청 관내 학교에 소속돼 업무를 수행하는 이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탁급식업체 종사자는 관내 학교에 소속된 교직원이 아니라 해당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로 해당 업체가 학교에 인력을 배치해 급식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라며 "따라서 민간 위탁급식업체 종사자는 조례에 따른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탁급식업체 종사자에 대한 건강관리 및 안전보건 조치는 해당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관련 법령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지부장은 "위탁업체라고 무조건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시교육청이 책임감을 느끼고 추가 논의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모두 직접고용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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