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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통합돌봄⑥] 케어안심주택 183개 시군구 없다···퇴원 후 돌봄 공백
46개 지역, 575명만 가능..인천·대구·경북·제주 전무, 서울 27명뿐
"중앙정부 예산·국토부 지원 필수"...중장기형 확충 필요


왼쪽은 김성덕씨(46·가명)가 사는 동자동 쪽방촌의 화장실 문턱. 오른쪽은 병원 진료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왼쪽은 김성덕씨(46·가명)가 사는 동자동 쪽방촌의 화장실 문턱. 오른쪽은 병원 진료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요양병원에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사는 곳이 불편해 힘들다. 스스로 못 걸어 보행기로 다니는데 화장실과 복도 턱이 높아 살기 어렵다. 병원 가기도 힘들다. 의료,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케어안심주택에 가고 싶지만 내가 사는 용산구에 없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김성덕씨(56·가명) 이야기다. 4년 간 요양병원에 있었던 김씨는 두달 전 퇴원했다. 보행기를 이용해 걷는 김씨는 이동이 편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시원을 구하려했지만 보행기를 끄는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 김씨는 주거급여로 쪽방촌에 월세 35만원 짜리 단칸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쪽방촌은 그에게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화장실에 가려면 무릎 높이까지 오는 문턱이 그를 막는다. 다리 치료 받으러 시민단체 활동가들 부축을 받아 병원에 다닌다. 24일 김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물가가 너무 올라 하루 3끼도 먹지 못하는데 좋은 집을 구할수 없다"며 "통합돌봄이 시작됐다는데 나는 변한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데 걱정이다"고 또 한번 말했다.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쳐 요양보호사 도움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케어안심주택에 가고 싶은데 내가 사는 곳엔 없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황모씨(78) 이야기다. 황씨는 몇 년 전 넘어져 뼈가 부러져 걷지 못한다. 요양보호사가 와야만 전동차를 타고 집밖에 나갈 수 있다. 허리가 아프지만 병원까지 가기 어려워 일주일에 한번 오는 한의원 방문진료로 버틴다. 성남시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김기숙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집에 찾아가 하루 3시간씩 돌봐드리는데 내가 퇴근한 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이 분들은 대처가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케어안심주택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국민들이 사회적 입원을 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기기 위한 통합돌봄 핵심 사업이지만 정부의 미흡한 관심과 예산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케어안심주택은 병원이나 요양시설 퇴원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등에게 주거, 의료, 돌봄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주택 모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27일 통합돌봄을 전면 시행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 2일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케어안심주택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80%에 달하는 183개 지역에 없다. 케어안심주택(중간집 포함) 서비스 제공 시군구는 46개 지역 뿐이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전국 575명(456호)에 불과하다. 이는 연내 운영 예정까지 포함한 숫자다.

케어안심주택 가운데 단기 거주형인 중간집은 161호(213명), 중장기 거주형은 295호(362명)다. 케어안심주택이나 중간집은 빌라나 연립주택 등 한 건물이나 인근 건물에 이용자들과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살면서 통합돌봄을 제공한다. 한달에 몇차례 의사나 간호사가 방문하는 구조도 있다. 케어안심주택은 낙상을 막기 위해 안전레일, 단차 축소발판, 문턱방지 경사로 등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 입주자들은 보증금과 월세 10~20만원대 비용으로 머물수 있다. 지역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는 더 낮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왼쪽은 김성덕씨(46·가명)가 사는 동자동 쪽방촌의 화장실 문턱. 오른쪽은 병원 진료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제공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케어안심주택이 전혀 없다.

수도인 서울특별시 조차 열악하다. 서울에는 마포구에 케어안심주택 '서봄하우스'와 중랑구 중간집이 있는데 입주 정원이 각각 23명, 4명으로 27명에 그친다.

울산광역시는 북구에 케어안심주택 1곳만 있으며 1명만 이용 가능하다. 세종시도 1명만 이용 가능하다. 다른 지역도 열악하다. 강원도는 케어안심주택 입주정원이 11명, 충북 14명, 충남 14명, 전북 23명, 전남 14명, 대전 16명 뿐이다.

케어안심주택 가운데 약 40%가 한두달만 머물 수 있는 단기 거주형이라는 한계도 있다. 전국 입주정원 575명 가운데 단기 거주형 입주정원이 213명, 중장기 거주형 입주정원 362명이다. 완치가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중장기 거주형 확충 요구가 나온다.

노인과 장애인 넘어짐 예방을 위해 집에 안전 손잡이 설치 등 정부 지원 사업도 제한적이다. 복지부는 장기요양 수급자들에게 1인당 생애 100만원 한도(본인부담 15%)에서 안전레일, 단차 축소발판, 문턱방지 경사로, 조명기기 등 13개 품목을 지원하는 '낙상예방 재가환경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 수는 124만7000명인데 올해 지원 예정 규모는 1만명뿐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김씨는 통합돌봄이 취지대로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실행되면 요양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없어 요양병원에 다시 갈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에는 거동이 어렵고 주거가 열악한 분들이 많다. 이웃들과 시민단체가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이들에 대한 돌봄은 국가 역할이지만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중앙정부 의지 관건···예산·국토부 지원 필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수요에 대응해 케어안심주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예산 확대와 국토교통부 지원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는 중앙정부 예산 의존성이 크다. 올해 편성된 통합돌봄 예산은 914억원으로 지자체가 직접 사업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620억원이다. 이를 전국 229개 시군구로 나누면 평균 2억7000만원 수준이다. 이 예산으로 각 시군구들이 주거복지를 시작, 확대하기는 한계가 있다.

A구청 통합돌봄 담당 공무원은 "케어안심주택은 지자체가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기존 영구임대주택을 복지부가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영구임대주택은 공실이 많고 단지 내 복지관이 있어 돌봄에 유리하다"며 "케어안심주택은 LH가 집을 지원해줘야 사실상 가능한데 일개 지자체가 LH와 협력해 집을 지원받는 것은 어렵다. 통합돌봄 케어안심주택 확대는 중앙정부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정현 노원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노원구에도 중간집, 케어안심주택등이 필요한 노인들이 많지만 한 호도 없다"며 "주거복지를 하려면 관련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중앙정부에서 내려준 예산 자체가 적다. 시군구들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여력이 안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통합돌봄 주거복지를 진정 확대할 의지가 있다면 관련 예산을 늘리고 국토부를 지휘해야 한다. LH가 집을 지원하고 운영비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 마포구 케어안심주택 '서봄하우스'를 구청에 제안했던 고은주 울림두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케어안심주택에는 일상생활을 지원할 요양보호사가 필요한데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봄하우스에 충분한 숫자의 요양보호사를 상주시키려면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데 열악한 구청 예산만으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질환이 있으면서 돌봐줄 가족이 없고 주거가 열악한 주민들이 케어안심주택에 입주하고 싶다고 문의를 많이 한다"며 "중앙정부와 광역시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주민 생활권 단위인 시군구가 주체가 돼 케어안심주택을 시군구마다 지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지역과 다니던 병원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케어안심주택 관련 예산을 더 늘릴 계획"이라며 "단기 거주형인 중간집은 4개 시군구 대상 시범사업 중이다. 만족도 등을 검토해 본사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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