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현직 판사가 법관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없애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끈다.
차기현 광주지법 판사는 지난 20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선관위와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거관리는 선관위가 스스로 책임지고, 법원은 선거분쟁을 판단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차 판사는 이 글에서 "지역 선관위원장 자리는 부장판사급 법관이 법정 밖의 공적 절차를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중앙과 시·도, 구·시·군 선관위원장 자리를 모두 합치면 약 270개로 전체 판사의 약 8%, 열두세 명 중 한 명꼴"이라며 "남의 자리를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나에게도 올 수 있는 자리를, 우리 스스로 내려놓자는 말"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원장이 사실상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꼬집었다. 실질적 권한이 없는데도 사고가 나면 책임지는 구조도 문제라는 뜻이다. 그는 "후보자 등록, 투표소 운영, 투표용지 관리, 개표장 동선, 선거운동 단속, 정치자금 사무의 세부를 비상근 위원장이 모두 꿰고 있기는 어렵다"라며 "실무와 정보는 선관위 사무처가 모두 가지고 있고, 법관인 위원장의 이름과 도장은 단지 결재 서류의 ‘첫 장’을 장식하는 용도로만 쓰여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공정성도 제기했다. 차 판사는 "선관위원장이 법관인데, 그 이름으로 고발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다시 법관이 판단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설명해도 개운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상대적 독립성을 가진 사법부 소속의 법관이 선관위원장으로서는 가장 적격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차 판사는 "법관이 아니면 누가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질문의 답이 곧 '그러니 법관이 계속 해야 한다'일 수는 없다"며 "필요한 것은 현직 법관이라는 신분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선거법 관련 판단능력, 조직관리 능력,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의 무게"라고 주장했다.
차 판사는 "선관위는 법원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서야 하고, 법원은 선관위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서로를 위해 헤어질 결심을 할 때"라고 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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