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 최대 3만9500원.."부담 커"
"공공의원 설립·본인부담금 완화해야"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뇌경색과 당뇨로 장애인 콜택시 불러 병원 다닌다. 장애인 주치의가 있으면 이용하고 싶은데 우리 지역엔 없다."
서울시 용산구 사는 이모(60)씨는 2년전 뇌경색이 왔다. 지금은 아내 도움을 받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만성 당뇨 질환은 여의도에 있는 1차병원을 찾아 관리한다. 21일 이씨는 "앱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면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는 경우가 많아 병원 예약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치과 치료도 장애인 구강 주치의를 이용하고 싶지만 우리 동네엔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등록한 의사가 1명 있지만 실제 활동은 하고있지 않다. 장애인 치과 주치의도 없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78세 황모씨는 허리를 다쳐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 외출이 어렵다. 일주일에 한번 방문진료를 이용하지만 비용 부담이 있다. 그는 "허리가 아파 한의원과 병원으로 찾아가지 못한다. 한번 방문진료비로 3만원 넘게 나가 한달 소득 60여만원인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고 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전면 시행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핵심 가운데 하나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이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 의사 부족과 지역 접근성 격차, 과중한 본인부담금으로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집으로 찾아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진료,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모두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 '방문진료' 59개 지역 공백, 접근성 격차...본인부담금 30%, 이용자 "부담"
통합돌봄 방문진료는 취약지역이 뚜렷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복지부로부터 받은 방문진료 참여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경북 영양군은 방문진료 참여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
방문진료 등록기관이 있지만 지난해 기준 실제 활동하는 기관이 없는 시군구(방문진료 건강보험 청구기관이 없는 곳)는 59곳에 달했다. 강원도는 고성군, 삼척시, 양양군, 정선군, 철원군, 태백시, 평창군, 화천군이 실제 공백이었다. 경기는 가평군, 과천시, 양주시, 오산시에 실제 활동하는 방문진료 기관이 없었다. 경남은 거창군, 의령군, 창녕군, 함안군, 합천군, 경북은 문경시, 봉화군, 상주시, 성주군, 영덕군, 영양군, 예천군 울릉군, 청도군, 청송군, 칠곡군에 활동 기관이 없었다. 대구는 군위군이 없었다. 부산은 사상구, 서구, 울산은 남구, 동구, 중구가 없었다. 인천은 중구가 그랬다.
전남은 강진군, 고흥군, 곡성군, 광양시, 구례군, 신안군, 영광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함평군, 해남군에 활동하는 방문진료 기관이 없었다. 전북은 임실군, 장수군, 진안군이 실제 비어있었다. 충남은 계룡시, 금산군, 예산군, 청양군, 태안군, 충북은 단양군, 보은군, 영동군, 증평군이 없었다.
전국에서 방문진료 의사로 등록했지만 실제 활동하는 숫자는 13% 뿐이다. 방문진료 참여기관은 지난 5월 기준 6986개(의과 2104, 한의원 4882)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해 건강보험을 청구한 의료기관은 13.3%인 934개(의과 285, 한의원 649)였다. 또한 강원 고성군, 양양군, 인제군, 평창군, 경기 연천군, 경남 고성군, 경북 울릉군, 대구 군위군, 부산 강서구, 부산 서구는 참여하는 병원, 의원, 지방의료원, 보건소가 없고 한의원만 방문진료 기관으로 지정돼 진료에 한계가 있다.
방문진료 본인부담금도 상당수 노인들에게 부담이다. 방문진료 본인부담금은 30%다. 차상위 계층이거나 의료급여 수급자는 5%다. 의원 이용 경우 1회 진료비는 13만1720원, 한의원은 10만8260원이다. 차상위나 의료급여 수급자가 아닌 사람은 방문진료 1회 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이 각각 3만9500원, 3만2400원이다. 재택의료센터를 통해 방문진료를 이용해도 기준은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이용 경우 한 달 약 13만원~16만원 비용을 내야한다.
본인부담금 수준은 국민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씨는 "방문진료 본인부담금이 너무 비싸 앞으로 계속 이용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광역시 A지자체 통합돌봄팀장은 "현장에서 만난 많은 노인들이 방문진료 1회 이용비 3~4만원이 큰 돈이라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기 힘들어도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 노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로 노인 10명 가운데 3.6명이 빈곤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들이 이용하는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도 인프라 부족과 지역별 격차 문제가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집에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수급자에게 방문형 의료·요양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도록 하는 취지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구성해 환자 집을 찾아가 진료와 간호, 건강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전진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재택의료센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5월22일 기준 전국에 재택의료센터 422개가 설치됐다. 전국 장기요양등급 인정자 수는 3월말 기준 124만7271명이다. 센터 1곳당 장기요양등급 인정자 수는 평균 2955명이다. 시도별 격차가 컸다. 대구는 센터 1곳당 인정자 수가 4676명에 달했다. 부산(3015명), 인천(3287명), 대전(2998명), 경기(3499명), 충북(3126명), 경북(3255명), 경남(3907명)도 센터 당 인정자 수가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 3월 기준 부산 기장군, 강원 홍천군, 경북 예천군 등에 있는 재택의료센터 18곳은 전담 인력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재택의료센터에서 일할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구하기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추가 지정해 463개로 늘었다"며 "기장군, 홍천군, 예천군 상황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진행중인 4차 시범사업상 등록주치의는 1627명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주치의는 37%인 602명뿐이다. 장애인 구강 주치의를 제외한 의과 장애인 건강주치의로 등록한 의사는 전국 706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활동 중인 의과 의사는 273명에 불과하다.
지역 간 자원 격차도 크다. 실제 활동중인 주치의가 없는 곳은 지방으로 갈수록 많았다. 강원도 경우 18개 시군구 중 실제활동 주치의가 있는 곳은 원주시(5명), 동해시(2명), 춘천시(1명) 3개 시군구 뿐이다. 나머지 15개 시군구는 활동 주치의가 없다. 충북은 11개 시군구 중 청주시를 제외한 10개 시군구가 활동 주치의가 없다. 충남은 15개 시군구 중 천안시(1명), 홍성군(1명)을 제외한 13개 시군구가 활동 주치의가 없다.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많은 시군구에도 활동 주치의가 없는 실정이다.
통합돌봄에서 의료 분야 필요성이 높지만 인프라 부족과 지역 격차, 높은 부담금 문제로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방문진료 참여 의사들이 부족하고 한의원만 참여하는 지역들도 있어 활성화돼 있지 않다"며 "본인부담금도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부담이 큰 수준"이라고 말했다.
◆ "공공의료 확대, 본인부담금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통합돌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1차의료 혁신과 공공의료 확대, 본인부담금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재택의료센터와 간호방문센터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은 우선 보건소, 보건지소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에 공공의원과 공공간호센터를 설립해 방문진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치의제 확대 등 1차의료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의료인에 수가를 더 준다고 해서 통합돌봄 의료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주도해 의료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주거 등 인프라 확대와 같은 전략을 짜고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인력 활용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강사는 "향후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를 통해 양성한 인력을 통합돌봄 방문진료, 장애인 건강주치의로 활용하면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료 참여 의사들에 지급하는 수가를 지역 특성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수도권은 이용자들 간 집 거리가 비교적 가깝지만, 지역으로 갈수록 이용자들 사이 집 거리가 멀어 방문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진료 횟수는 의사 수익과 연결된다. 충청도 A군 통합돌봄팀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면적 대비 대상자가 적고 멀리 떨어져 살아 방문진료, 장애인 주치의에 참여하려는 의사가 적다. 지방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은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고충이 있는 지방에서 참여하는 의사들에게는 추가 가산 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노인, 장애인들이 방문진료 서비스를 부담없이 이용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수준을 낮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갈현숙 강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본인부담금 5% 적용 대상을 확대해 보편적 통합돌봄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숙랑 교수는 "거동이 불편해 방문진료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본인부담금 최대 30%는 부담이 되기에 낮춰야 한다"며 "남용되지 않도록 관리는 해야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주치의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치의가 현재 집에만 방문 가능한 것을 시설 방문으로 확대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왔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박사는 "장애인 주치의 방문 가능한 곳을 주간이용시설, 장애인 거주시설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방문진료 지정기관을 확대하려 한다. 현재 시군구에 지정 의료기관이 없거나 부족한 곳은 인근 시군구 지정 기관이 커버하도록 하려한다"며 "지역마다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센터 거점기관을 지정하는 등 의료 전달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방문진료 이용 환자 수와 방문 건수가 늘고 있고 환자와 의사 모두 방문진료 지속 참여 의향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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