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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꿈③] "참교육 위해서라면"…물리고 맞아도 교실 지키는 특수교사
부상 경험 88%인데 교권보호위 개최 3.7%
정규 수업 외 방과후 수업도 특수교사 몫
교사 회복 프로그램·치료비 전액 지원 시급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지지와 연대가 있으면 세상 끝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배움의 공간이자 사회와 처음 만나는 학교는 '달팽이의 꿈'을 이루는 첫 단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학부모는 돌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며, 특수교사는 과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진학은 물론, 졸업 이후 자립까지 특수교육을 둘러싼 과제는 교실 안팎에 걸쳐 있다. <더팩트>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 학생들의 공존을 위한 특수교육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진주영·정인지·안디모데·김태연·이예리 기자] # "한 번은 수업 중 아이가 갑자기 손가락을 물어뜯은 적이 있어요. 평소 예고 없이 무는 습관이 있던 아이라 주변에서 조심하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잘 가르쳐 보려고 다가갔다 그렇게 됐죠. 손가락을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26년간 특수교육 현장에 몸담은 40대 교사 장모 씨는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 씨의 왼손 약지에는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다. 지난해까지 충남의 한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근무한 그는 결국 올해 휴직을 택했다.

◆ 교권보호위는 3.7%뿐…10명 중 9명 부상 경험에도 '쉬쉬'

17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특수교사노조)이 지난 2023년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 부상을 경험한 비율은 88.8%(2627명)에 달했다. 특수교사들 사이에서 '몸에 흉터 하나 없는 특수교사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유아 특수교사로 일하는 김소원(34) 씨는 "주로 5~7세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단 이유로 꼬집히거나 얼굴을 맞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 10명 중 1명꼴로 휴직하는 것 같다"며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견디지 못해 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교육활동 중 부상을 입고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84명)에 그쳤다. 장 씨는 "과거 근무하던 특수학교는 학생들의 장애 정도가 심해 선생님들이 교권보호위를 열 생각조차 못했다"며 "학교에서도 '학생들 심한 것 알지 않느냐'며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특수교사 A 씨도 "하루도 안 긁힌 날이 없다"면서도 "작은 꼬집힘이나 긁힘 정도는 그냥 넘긴다. 공격 행동을 제지하다 괜히 아동학대 문제로 번질까 참고 견디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특수교사노조)이 지난 2023년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 부상을 경험한 비율은 88.8%(2627명)에 달했다. 반면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84명)에 그쳤다. 지난 2024년 특수학급 교사와 특수학교 방과후 업무 담당자 953명 중 793명(83.2%)가 방과후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늘봄 전담인력이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응답은 66명(6.9%)에 불과했다. /박은지 그래픽 기자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특수교사노조)이 지난 2023년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중 부상을 경험한 비율은 88.8%(2627명)에 달했다. 반면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7%(84명)에 그쳤다. 지난 2024년 특수학급 교사와 특수학교 방과후 업무 담당자 953명 중 793명(83.2%)가 방과후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늘봄 전담인력이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응답은 66명(6.9%)에 불과했다. /박은지 그래픽 기자

◆ 24시간이 모자라…"특수 붙으면 다 우리 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일반학급에 있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특수교사에게 돌아간다. 장 씨는 "일반학급 배치를 희망해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생활하던 자폐 남학생이 있었는데, 학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학생이 여학생에게 집요하게 관심을 보이거나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해 여학생들의 불안감이 컸다"며 "결국 동료 특수교사가 쉬는 시간마다 일반학급을 찾아가 학생을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서 생활하는 전일 돌봄 학생이 생기면 부담은 더 커진다. 장 씨는 "특수학급은 개별화교육이 기본이라 학생마다 시간표가 다르다"며 "교사 1명이 7교시 내내 한 학생만 돌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안 전일 돌봄 학생은 혼자 책을 읽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정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 수업 지원을 위해 배치되는 특수교육실무사나 사회복무요원의 채용 공고나 급여 정산 등도 특수교사가 맡고 있다.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는 황모(45) 씨는 "'특수'라는 글자가 붙은 업무는 무조건 특수교사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장 씨도 "행정실에서는 '선생님이 필요해 신청한 인력이니 선생님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수학급 학생들도 학교 구성원인데, 특수학급만 별도 개념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규 수업 외 방과후 수업도 특수교사의 몫이다. 특수교사노조가 지난 2024년 특수학급 교사와 특수학교 방과후 업무 담당자 9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83.2%(793명)가 방과후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늘봄 전담인력이 특수교육 관련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응답은 6.9%(6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및 특수학교 유·초·중등 특수교사 13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5%(671명)가 특수학교 늘봄학교 업무가 이관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지난 2024년부터 늘봄학교 업무에서 교사를 배제하고 전담 인력이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 늘봄학교 길라잡이'와 '2025 특수교육 운영계획'에도 '교사 업무 전면 배제' 원칙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특수교사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 정모 씨는 "일반학급 늘봄학교 업무는 늘봄지원실로 넘어갔지만 특수학급 방과후 업무는 제대로 이관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지침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모(51) 씨는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모(51) 씨는 "힘든 와중에도 '학생들이 조금씩 좋아지겠지'하는 마음 하나로 버틴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 씨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그린 작품. /진주영 기자

◆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도…그래도 사랑하니까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 씨는 "특수학교 배정에 떨어져 특수학급에 온 학생의 학부모가 통학 지원부터 전일 돌봄까지 특수학교와 똑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교육청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학부모 요구가 있으니 데리고 있어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래도 교사들은 아이들이 눈에 밟혀 교실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황 씨는 "지난해 독감에 걸렸지만 대체 인력을 쓰지 않았다. 특수교사들은 가능하면 학기 중 연가나 병가를 쓰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약을 먹으며 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지모(51) 씨는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학생들이 조금씩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 하나로 버틴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꼬집혀 생긴 상처를 보여주며 "엄밀히 말하면 폭행이지만 내가 맡은 아이인 만큼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불안장애 등을 겪는 특수교사 보호를 위해 치료비 지원과 심리 상담 확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미경 한국정서행동장애학회장은 "도전행동에 따른 교사 상해를 유형별로 규정해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도전행동 위기 대응 매뉴얼과 교사 회복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학습장애학회장을 맡고 있는 나경은 중부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시·도교육청과 특수교육지원센터, 특수교육원 등 행정 주체 간 역할 분담을 통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수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교사의 심리적 소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정 학급 기준을 지키고 교사 1인당 학생 수 기준도 장애 특성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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