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 통학 불편 고스란히 학부모 몫
비상 연락에 학교로, 방과후 돌봄까지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지지와 연대가 있으면 세상 끝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배움의 공간이자 사회와 처음 만나는 학교는 '달팽이의 꿈'을 이루는 첫 단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학부모는 돌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며, 특수교사는 과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진학은 물론, 졸업 이후 자립까지 특수교육을 둘러싼 과제는 교실 안팎에 걸쳐 있다. <더팩트>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 학생들의 공존을 위한 특수교육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안디모데·정인지·김태연·이예리·진주영 기자] #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교 3학년 김승민(가명·15) 군은 매일 오전 7시30분 하루를 시작한다. 정신과 약을 먹은 뒤 스스로 씻고 옷을 입고 나면 오전 8시5분. 어머니 정예현(50) 씨는 준비를 마친 김 군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향한다.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중학교가 있지만 특수학급이 없어 약 2.4㎞ 떨어진 학교에 가는 것이다. 15분 정도 운전하면 오전 8시20분께 학교에 도착한다. 조회가 시작하는 오전 8시40분보다 이른 시간이다.
정 씨는 "등굣길이 좁고 언덕이 많아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하려고 일부러 일찍 보낸다"며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동네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 자체가 적었다"며 "학교가 멀다는 건 단순히 이동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소연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부족은 장애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매일 자녀의 통학을 책임지고 있으며, 어쩔 수 없이 이사도 해야 한다. 통학 이후에도 학부모는 수시로 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심지어 방과후 돌봄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어 가족들의 부담이 커진다.
◆ 통학 시간만 1시간…학교 선택은 '언감생심'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중 편도 통학 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는 1만3907명으로 전체의 46.43%에 달했다. 30분 이상~1시간 미만이 1만1271명으로 가장 많았다.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은 2624명이었으며, 2시간 이상도 12명이나 됐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부족에 따라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통학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 씨는 "특수학교를 1지망으로 썼다가 떨어지면 더 먼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통학 부담이 더 큰 학교에 배정될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주변에서 '무슨 선택이냐. 특수학교는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만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한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거주지와 보호자 의견, 장애 유형 및 정도, 학교 수용 여건 등을 고려해 배치된다. 보호자는 학교 배치 신청 과정에서 1~3지망 학교를 제출할 수 있지만 희망 순위대로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특수교육 대상자 신청서를 작성할 때 1~3지망을 받고 있지만 희망학교 외 학교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며 "우선순위를 높게 적는다고 해서 배정 가능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 군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과정은 더욱 험난했다. 정 씨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지금보다 더 먼 학교를 추천받았다"며 "초등학교 6년간 원거리 통학으로 고생했는데 더 먼 학교를 가라고 하니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대상으로 정해놓고, 정작 학교가 부족하단 이유로 진학이 어려운 현실을 보니 차라리 '의무교육을 없애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며 "비장애 학생들에게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한지연(가명·43) 씨는 4년 전 매달 특수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특수학교 정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집 근처 특수학교는 한 학년 정원이 12명에 불과했다. 그는 "대부분 유치원 과정부터 다닌 학생들이 그대로 진학하기 때문에 새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며 "한정된 정원을 뚫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결국 한 씨는 특수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집에서 약 1.7㎞ 떨어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냈다. 그는 "거리가 조금 있더라도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었다"고 회상했다.

원거리 통학에 따른 불편으로 결국 이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은선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남편이 집을 알아볼 때부터 특수학교 통학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며 "요즘은 강남이나 잠실에서 노원으로 이사 오는 부모들도 있다. 특수학교를 찾아 이사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애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는 의정부로 이사한 뒤에도 부모가 편도 1시간 거리를 부모님이 직접 운전해 등교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원래는 학교를 재배정받아야 했지만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교육청과 협의해 기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 유형과 특성에 따라 필요한 교육 환경이 다른데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모두 부족하다 보니 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맞춰 삶을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학교 보내도 '비상대기'…수학여행 동행에, 월경 땐 상주
학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학교에 보낸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정 씨는 최근 학교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동수업을 하던 아들이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을 마주칠까 두려워 복도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씨는 "일반 교사는 수업에 들어가야 했고 특수교사도 수업 중이었다"며 "실무사가 있었지만 아이가 거부감을 보여 결국 연락이 온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그는 집에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고, 남편이 회사에 양해를 구한 뒤 학교로 향했다.
정 씨는 결국 지난 4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했다. 이후 김 군은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4시가 아닌 오전 11시~낮 12시께 조퇴하는 날이 많아졌다. 정 씨는 "올해 들어 아이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하자 학교에서 진단서를 제출하면 언제든 조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지금은 거의 매일 조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교가 아이를 충분히 지원할 여력이 없다 보니 부모가 데려가 돌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늘 비상대기 상태로 지낸다"고 덧붙였다.

교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과후 돌봄 공백까지 학부모가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녀의 수학여행에 부모가 직접 동행한 사례도 있다. 한 씨는 "주변에 초등학교 교사인 학부모가 있었는데, 학교에서 아이를 돌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지금은 활동지원사가 학교에 가고 있지만 당시에는 도움을 받기 힘들어 한 학기를 휴직하고 직접 학교에 가서 아이를 따라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정 씨도 "지인 중에는 자폐성 장애 자녀의 수학여행에 직접 따라간 학부모도 있다"며 "학교 측이 아이를 책임지기 어렵다며 '학부모 명예교사'로 위촉할테니 동행해 달라고 요청해 결국 함께 다녀왔다"고 말했다. 또 "특수교육 대상 여아의 어머니는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뒤 월경 기간만 되면 학교에 상주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수교육 체계에 대한 정밀 분석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경옥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전공 교수는 "정부가 통합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에 대한 것보다 평가 위주의 조사만 진행 중"이라며 "특수학교는 시설과 공간 문제로 학급 증설이 쉽지 않은데, 과밀학급을 피하려다 보니 오히려 원거리 통학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됐다는 것은 특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라는 의미인데,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인적 지원이나 행동 중재 전문가 등 여러 사람과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수학급과 특수학교를 함께 확충하고, 통학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특수학교가 모든 영역을 담당하기보다는 학년별, 장애 유형별로 단설 특수학교를 확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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