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학교 특수학급 몰리면서 과밀화
'님비'에 특수학교 신설 갈 길 멀어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지지와 연대가 있으면 세상 끝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배움의 공간이자 사회와 처음 만나는 학교는 '달팽이의 꿈'을 이루는 첫 단추다. 하지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생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학부모는 돌봄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며, 특수교사는 과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진학은 물론, 졸업 이후 자립까지 특수교육을 둘러싼 과제는 교실 안팎에 걸쳐 있다. <더팩트>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 학생들의 공존을 위한 특수교육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인지·김태연·안디모데·이예리·진주영 기자] 장애 학생들은 대체로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진학한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부족하고,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이미 포화 상태다. 매년 늘어나는 장애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주민 반대와 부지확보 등 문제로 특수학교 신설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총 12만735명이다. 지난 2022년 10만3695명에서 3년 만에 1만7040명 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이 처음 제정된 지난 2007년 6만5940명에 비해서는 약 83% 급증했다. 특수교육법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시각·청각·지적·지체·정서·행동·자폐성·의사소통·학습·건강·발달장애 등으로 특수교육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자로 규정한다.
◆ 학교는 '하늘의 별 따기'…학급 정원 규정은 '있으나 마나'
문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증가 속도를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 12만735명 중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3만1027명이었다. 전국의 특수학교는 총 196곳, 학급 수는 5712개다. 설립 유형별로 국립 6곳, 공립 100곳, 사립 90곳이다.
일반학교 특수학급 재학생은 6만9908명으로 특수학교 재학생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수학급은 전국 일반학교 9709곳에 1만4658개 설치돼 있다. 초등학교 특수학급이 7765개로 가장 많고, 이어 중학교 3122개, 고등학교 2084개, 유치원 1660개 등 순이었다. 나머지 특수교육 대상 1만9532명은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교육받고 있으며, 268명은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특수학급 과밀화 비율은 지난 2022년 8.8%에서 지난해 10.1%까지 올랐다. 특수교육법은 학급당 정원을 △유치원 4명 △초·중등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규정한다. 이 기준을 초과해 운영되는 학급은 과밀학급이라고 부른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 1만5091명이 특수학교 32곳과 특수학급 1737개에서 교육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사 A 씨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학생 8명을 맡았는데 힘에 부쳐 탈출하듯 다른 곳으로 옮겼다"며 "집 근처 특수학급에 배정받지 못한 학부모들이 교육청과 학교에 항의 민원을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통합교육을 받길 바라지만, 과밀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지연(가명·43) 씨는 "많은 부모는 자녀가 비장애인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고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모델링 효과'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한 씨는 "현재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특수학급에는 무려 10명이 재학 중"이라며 "특수학교는 누군가 전학을 가는 등 자리가 남아야 입학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년을 유예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수학교에 가고 싶은데 자리가 나지 않아 5년을 유예한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 서울 자치구 8곳은 특수학교 '제로'…주민 민원에 좌절 되풀이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학교 신설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이기주의'(님비·NIMBY)와 부지확보 문제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금천·동대문·성동·양천·영등포·용산·중구·중랑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중랑구에서 설립 추진 중인 지적장애 특수학교 동진학교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개교 확정까지 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동진학교 설립 계획은 지난 2012년 12월 처음 수립됐으나 12년간 여덟 번 부지를 옮긴 끝에 지난해 첫 삽을 떴다. 동진학교는 당초 2017년 개교 예정이었으나 10년6개월 연기된 오는 2027년 9월 개교한다.
지난 2022년부터 성동구에서 추진 중인 지체장애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은 주민 반대로 수년째 지연됐다. 일부 주민은 부지 선정 당시 '성진학교, 성수공고 자리 개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성진학교 설립 관련 주민설명회에선 "성동구가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애 학생 부모들은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성진학교 설립안 승인을 호소했고, 시의회는 결국 지난해 9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성진학교는 오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특수학교 한 곳이 개교하면 유·초·중·고 통틀어 약 15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며 "중랑구나 성동구에 학교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일반학교 특수학급 100여개를 새로 만드는 막대한 효과가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설립이 지연되며 그 피해가 특수학급 과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승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앙사무총국 팀장은 "특수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몰리고 있지만 학교들은 공간이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학급 증설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특수학급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왕복 통학에만 2시간 이상 걸리는 학생도 적지 않고 법정 정원을 넘긴 과밀학급도 많다"고 지적했다.
◆ 소규모 특수학교·분산 배치 해법?…통합교육 지향에 신중론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모두 확충이 더디면서 소규모 특수학교를 분산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합 특수학교 대신 장애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다닐 수 있는 소규모 특수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원화 특수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최근 긍정적인 트렌드는 특수학교가 소규모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소규모 특수학교란 유·초·중·고 전 과정이 다 있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유치원 과정만 독립된 특수학교를 말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나 농학교, 혹은 예술중점 특수학교처럼 규모를 줄이고 전문성을 높인 학교를 쉽게 많이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학과 교수도 "종합 특수학교 체제에서 벗어나 소규모 특수학교를 많이 설치하거나, 일반 학교 안에 중도·중복 장애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복합특수학급'을 설치해 밀집된 학생들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특수학교를 무작정 늘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는 '통합교육'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조건 특수학교만 늘리는 것은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교육 방향에는 맞지 않는다"라며 "특수학교에 다녀야 할 만큼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도 일반학교에서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환경을 특수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예산과 인력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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