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재발방지 대책 요구 커져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재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8일 지방선거 개표소 중 하나였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시민들의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경찰 비공식 추산 시위 참가자 수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2만 명에 육박했지만 규모는 다소 줄었다.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투표 용지 부족 사태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재선거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224조는 선거 관련 규정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거 무효나 당선 무효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가 재선거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재선거를 요구하려면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일 후 14일 이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소청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 선관위는 선거소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내 결정을 내려야 하고, 선관위가 소청을 받아들이면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 재선거가 시행된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이미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소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소청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10일 이내에 법원에 선거소송을 낼 수 있다. 법원은 소송 제기일로부터 180일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다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 문제가 된 서울시장 선거의 최종 표차는 6만259표였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에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전원이 2위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히기 어려운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은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이번 사안은 투표하지 못한 인원 규모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법원이 선거 결과 자체를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되더라도 이미 종료된 선거라는 점에서 심판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이번 사안을 반복 가능성이 있는 참정권 침해 문제로 판단할 경우 예외적으로 본안 심리에 나서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있다.
헌재가 참정권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재선거가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국가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선관위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선거의 법적 효력과는 별개로 선관위의 관리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선거 관리 부실의 문제로 볼 수는 있지 만부정선거 문제와 동일시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 자체 조사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운 만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가 걸린 문제인 만큼 여야가 함께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 경찰은 선관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측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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