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도 다시 수면 위로 꺼내

[더팩트 | 김해인 기자]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미제 의혹을 수사 중인 권창영 특별검사팀(종합특검)이 기존 특검이 불기소하거나 입건하지 않았던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기소된 사건에도 새로운 혐의를 추가 적용하면서 사실상 기존 특검 수사 결과를 재구성하는 모양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은 군 수뇌부의 12·3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1호 인지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권창영 특검은 종합특검 공식 출범 전 기자들과 만나 "(내란 사건이) 규모가 가장 크고 범위가 가장 넓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종합특검은 가장 먼저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정진팔 전 차장, 강동길 전 군사지원본부장, 이승오 전 작전본부장, 안찬명 전 작전부장, 이재식 전 전비태세검열차장 등 합참 관계자 6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계엄 선포 이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군 병력의 국회 투입 상황을 공유하고 계엄사령부 구성 과정에 관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종합특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추가 병력 투입이 논의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른바 '2차 계엄 시도' 의혹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김 전 의장과 이 전 본부장을 외환 혐의로 피의자 입건해 조사했으나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종합특검은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도 확대 수사하고 있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과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내란특검이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종합특검은 이들이 내란 실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다시 판단했다. 이 의혹의 최종 윗선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가 내란특검 기소 사건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면서다.
이 전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허 전 청장에게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에 경찰이 투입될 건데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허 전 청장이 이를 이 전 차장에게 전달했고, 이 전 차장은 서울소방재난본부에 협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의 계엄 정당화 의혹도 새롭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싹 쓸어버려" 발언과 국군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계획을 폭로해 주목받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피의자 입건하는 강수를 뒀다.
종합특검은 홍 전 1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그는 내란특검 단계에서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으나, 종합특검은 비상계엄 직후 국정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종합특검은 국가안보실이 국정원에 전달한 대외 설명자료와 국정원 내부 보고 체계를 확보한 뒤, 홍 전 차장이 이같은 과정 전반을 보고받고 재가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 역시 같은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미 기소된 핵심 피의자들에게도 새로운 혐의가 추가됐다. 종합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특검에서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에게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추가 적용해 입건했다.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과 계엄사령 체계를 동원한 행위를 단순 내란을 넘어 군형법상 반란 행위로 다시 구성하겠다는 취지다.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서도 기존 특검 판단을 뒤집는 사례가 나왔다. 종합특검은 최근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 전 지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 무혐의 처분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으나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특검)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종합특검은 당시 무혐의 수사보고서와 불기소 결정서 작성 과정에서 부당한 수정이나 왜곡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도이치모터스 수사팀 소속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채상병 사건 관련 군 수사라인 재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종합특검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단장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채상병특검)은 염보현 군검사와 김민정 전 국방부 감찰단 보통검찰부장만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종합특검은 당시 군검찰 지휘라인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종합특검이 내릴 결론이 가장 주목되는 사건은 '노상원 수첩'이 꼽힌다. 내란특검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서 주요 정치인·언론인·법조인·노조 관계자 등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한 내용을 확인했지만,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 거부 등으로 수사를 더 확대하지 못했다. 이 수첩에는 '국회 봉쇄', '북방한계선(NLL) 북 공격 유도', '사살',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 계획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특검은 최근 인천 연평부대 시설물과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강원 화천 제2하나원 등을 잇달아 현장 검증했다. 그 결과 해당 시설들이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다수 인원을 장기간 구금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보고, 수집소 운영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종합특검이 단순 보완수사를 넘어 기존 특검이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던 국가기관별 역할과 지휘 체계 전반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내란 실행 과정에서 각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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