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에 현장 들어갔다 참변

[더팩트ㅣ진주영 기자] "서울시 부탁에 가셨는데, 긴급한 상황에 안전한 철거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셨을 겁니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숨진 구조물 안전진단 전문가 고 이채규 씨가 부회장으로 있던 한국시설안전협회 관계자 A 씨는 2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시 이 씨의 현장 투입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A 씨는 "부회장님은 지난 2017년부터 협회 임원을 맡아주셨던 분"이라며 이 씨와 10년째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이 씨는 국내 건설 구조물 안전진단 분야의 개척자이자 권위자로, 약 30년간 현장을 누볐다.
지난 1995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역 고가차도의 구조물 진단을 도맡아 구조적 균열과 붕괴 위험성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그간 수 차례에 걸쳐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 현장 진단도 맡았다. 이 씨는 이번에도 사고 당일 오전 서울시 연락을 받고 서소문 고가차도로 향했다. 이미 한 차례 침하가 발생한 긴급 상황에서 안전한 철거를 돕고자 진단에 나섰다 화를 당한 것이다.
A 씨는 "고가 밑으로 도로도 있고 기차도 지나가는 상황이라 시민들 안전을 걱정해 최대한 빠르게 가지 않았겠냐"며 "긴급한 상황이니 철거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새벽 1시부터 2시30분까지 서소문 고가차도 슬라브(상판) 절단 작업 진행 중 약 2.9㎝ 단차가 발생했고, 고가 한쪽이 주저앉으면서 공사를 중단했다. 서울시는 오전 7시30분께 최초 침하 발생 보고를 받은 뒤 이 씨 등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했고, 오후 1시40분께 긴급 안전진단에 나섰다.
하지만 50여분 만인 오후 2시33분께 공중비계와 거더(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 일부가 무너지면서 이 씨를 비롯해 현장관리소장, 감리단장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A 씨는 "일각에선 보강을 하고 들어가야 하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지만 구조물을 직접 봐야지 어떻게 보강할지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카메라만 집어 넣어서는 알 수 없는 상태라 판단해 직접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자문위원이라고 해봤자 20만~4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며 "이미 2.9㎝ 침하가 생긴 직후라 전문가가 어떻게 보강하는 게 좋을지 초안을 잡아줘야 공무원도 지시할 수 있으니 그 역할을 하려고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소문 고가차도는 지난 1966년 준공된 노후 구조물로,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철거가 진행됐다. 이에 일각에선 사고 당시 1차 침하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사전 보강 없이 안전진단을 실시한 것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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