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도이치 주가조작 공동정범 인정"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주가조작 공모 관계와 '4월 샤넬백' 수수의 청탁 목적성을 인정하며 형량을 2년 높였다. 특히 같은 시기 오간 가방 수수를 1심은 '대선 축하 선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통일교 측 현안 해결을 전제로 한 대가성 금품 제공으로 보고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보다 징역 2년 4개월이 늘었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공동정범 또는 방조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가능성을 인식했을 여지는 있다고 보면서도,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관계를 단정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공동정범 인정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범행을 도운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 혐의를 따지기도 전에 김 여사의 공모 관계 자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진행된 시세조종 과정에서 권오수 전 회장과 블랙펄인베스트 관계자들과 차례대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계좌를 제공한 수준을 넘어, 시세조종 인식한 상태에서 거래에 관여한 공동정범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2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이 통화는 이른바 '주포' 김모 씨 측의 2차 시세조종이 시작된 직후 이뤄졌고, 같은 날 김 여사는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10억 원을 입금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김 여사가 단순히 계좌를 맡긴 수동적 투자자가 아니라, 통화 녹음 사실을 부담스럽게 인식할 만큼 거래의 성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2010년 10월부터 11월 사이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된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 가운데 약 13만 주가 블랙펄 등 시세조종 세력이 지정한 시점과 가격에 맞춰 거래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를 통정매매로 판단해 김 여사가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김 여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했을 뿐 아니라, 시세조종 범행에 대해 공동가공의 의사를 바탕으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있어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4월 샤넬백 수수 역시 다르게 봤다. 김 여사는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시점을 두고도 1심은 당선 축하 성격의 의례적 선물로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 주목해 청탁 목적이 담긴 금품 제공으로 해석했다.
1심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에서 받은 첫 번째 샤넬 가방(약 802만 원 상당)은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시점상 축하 인사와 의례적 선물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고, 김 여사가 청탁으로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2022년 7월 가방 수수는 UN 사무국 유치 등 구체적인 이권 청탁이 있었고, 김 여사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을 들어 유죄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통령 취임식을 한 달 앞둔 2022년 4월 7일이라는 점을 들어 단순한 축하 선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선 과정에서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나 향후 정부 협조를 기대하는 목적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대선 과정에서의 기여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금품 제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견된다"고 밝혔다.
1심과 항소심은 '청탁의 존재'를 바라보는 법리적 기준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심은 구체적인 청탁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금품 수수를 알선 명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명시적인 청탁 내용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묵시적 청탁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건진법사 전성배라는 별도 전달 창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청탁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금품 전달 당시 이미 향후 청탁이 전제된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800만원에 육박하는 가방 선물을 단순한 친분 형성 차원으로 보지않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협조를 기대한 금품 제공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고가의 가방 수수는 단순한 친분 형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정부 협조를 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라며 "청탁 실현을 위한 알선 의사 및 알선 행위와 금품 사이에 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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