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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사망' 반복 대구, '수용 의무' 지침 배제
2023년 10대·2026년 신생아, 받아준 병원 없어 사망
구속력 없는 지침 한계도...시민들 "수용의무 법제화" 요구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DB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구급차가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반복 발생하고 있는 대구광역시가 응급환자 발생시 선정된 병원에 수용 의무를 두라고 한 보건복지부 요구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동희 군(5세) 사고로 만들어진 '동희법'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복지부 지침을 대구시가 외면한 사이 올해 신생아가 병원들의 수용 곤란 통지로 목숨을 잃었다.

대구시에서 2023년 17세 학생이, 2026년 신생아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결국 사망했다. 시민들은 응급상황 시 수용 의무를 법제화해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가 2024년 8월 개정해 다시 만든 '대구광역시 응급환자 이송·수용합의서 세부내용(이송・수용 합의서)'에는 복지부의 지침 가이드라인에 담긴 응급 상황 시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병원을 선정하면 환자를 의무 수용하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당초 복지부는 2019년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해 사망한 동희 군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2022년 12월 시행된 응급의료법 개정안(동희법)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2023년 의료계, 환자단체와 함께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표준지침(표준지침)’을 만들었다. 표준지침은 중증응급환자나 응급 분만환자가 발생했는데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에서 수용 곤란을 고지한 경우, 각 지역 시도응급의료위원회에서 환자 상태, 수용곤란 고지 사유 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의료기관을 선정하면 환자를 의무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복지부가 표준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핵심 조치로 요구했던 사안이다. 복지부는 표준지침을 2024년 4월 광역자치단체 17곳에 보내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19개 응급의료기관 병원장과 합의해 만든 이송·수용 합의서를 보면 수용 의무가 담겨있지 않다. 합의서는 '응급환자 이송 시, 대구소방안전본부(구급상황관리센터)는 사전 유선 문의 없이 응급실 종합상황판의 병상 여유 정보, 관련 질환에 대한 기존 치료병원 여부, 현장 응급처치 표준 지침 등을 고려해 이송병원을 선정, 이송한다'는 내용과 함께 '사전에 이송 연락, 통보를 받은 응급의료기관 당일 책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환자를 수용해 진료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환자 ‘수용’이란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대면해 1차적으로 진단·응급처치·평가를 수행하는 것으로 이후 배후진료를 위해 환자를 전원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 이송·수용 합의서는 이송 연락, 통보를 받은 응급의료기관이 최대한 협조를 한다는 의미"라며 "수용 의무를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으니 지침에 의무를 둘 수 없는 제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길에서 사망하거나 분만하는 일이 없도록 법적 구속력을 갖춘 수용 의무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에 소재한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복지부 요구대로 지자체들이 수용 의무를 담은 지침을 만든다 해도 법적 강제성이 없기에 응급 현장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법에 수용 의무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방안으로 '중증 응급환자 즉각 수용 의무 강화'(29.5%)'를 가장 많이 원했다.

동희군 어머니 김소희씨도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국민이 더이상 없도록 정부여당은 병원 수용 의무를 법제화해야 하는데 외면하고 있다"며 "오히려 복지부는 최근 시범사업에서 수용 의무를 뺐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전라남도 대상으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년 전 지자체에 참고해 만들라고 보낸 표준지침에 병원 수용 의무를 뒀는데, 현재 진행중인 시범사업에는 수용 의무를 두지 않았다. 중증응급환자 이송이 지연될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안정화 처치가 가능한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환자를 수용하도록 했다. 선정된 병원은 수용 의무가 없으며 수용을 거부해도 제재 조치가 없다.

은 처장은 "수용의무를 법제화하지 않으면 병원과 의사들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이슈화가 된 초반에만 응급환자를 받으려 할 뿐 지속적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과 대구광역시·경상남도·전라남도 소방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후 수용병원을 찾지 못해 대기 시간이 60분을 넘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남은 2023년에서 2025년 수용거부 건수가 973건에서 2701건으로 2.8배 늘었다. 대구는 관내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이송한 관외이송이 2023년 144 건에서 2025년 494건으로 3.4 배 늘었다.

의사들은 수용 의무에 부담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중환자실, 담당 의료인력 등 인프라 확대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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