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선 아닌 기준선 된 최저임금
플랫폼·특수고용은 최저임금 밖

저임금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6일을 일해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건강은 물론, 교육, 여행, 외식 등 대부분을 포기하지만,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 깊게 뿌리 내린 구조적 문제로, 왜곡된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더욱이 최근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흐름은 단순노무직에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 플랫폼, 돌봄 등 분야까지 확산했다. <더팩트>는 6회에 걸쳐 대한민국 평균이 꿈일 뿐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준형·김영봉·이윤경·이다빈 기자] # 지난 2013년부터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모(51) 씨는 지난해까지 식대 14만원과 직무수당 1만원을 포함해 월급으로 217만원을 받았다. 서 씨는 "입사 당시부터 최저임금 수준을 받아왔다. 첫 입사 이후 받은 월급 101만원도 2013년 최저임금 101만5740원과 차이가 없었다"며 "월급이 13년 내내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본급 202만원을 넘은 게 지난 2024년 12월"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제도는 지난 1986년 도입돼 1988년부터 시행됐다.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한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38년간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하한선'이 아닌 사실상 '기준임금'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올라도 딱 그만큼만…소속·신분 다르다고 차별
3일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에 따르면 월 209시간 근무 기준 최저임금은 지난 2021년 182만2480원, 2022년 191만4440원, 2023년 201만580원, 2024년 206만740원, 2025년 209만6270원 등 매년 소폭 인상됐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도 2021년 180만원, 2022년 191만원, 2023년 200만원, 2024년 209만원, 2025년 212만원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만큼만 올랐다.
비정규직 노동자 1753명 중 852명(48.6%)은 최저임금 인상만큼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응답은 446명(25.4%), 최저임금 인상 미만으로 올랐다는 응답은 47명(2.7%)이었다. 반면 최저임금을 초과해 올랐다는 응답은 408명(23.3%)에 그쳤다.
정규직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규직 노동자 4331명 중 가장 많은 1767명(40.8%)은 최저임금 인상만큼 임금이 올랐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응답은 1150명(26.5%), 최저임금 인상 미만으로 올랐다는 응답은 121명(2.8%)이었다. 최저임금을 초과해 올랐다는 응답은 1293명(29.8%)으로 집계됐다.
사용자도 최저임금을 기준임금으로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사업체 638곳 중 477곳(74.7%)은 최저임금 인상만큼 임금을 올렸다고 답했다.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사업체는 87곳(13.6%), 최저임금 인상보다 적게 올린 업체는 26곳(4.1%)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많이 올렸다는 사업체는 48곳(7.5%)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준임금이 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심각한 차별을 느낀다. 지난해 서 씨가 받은 월급 217만원은 입사 1년차 역무원들과 똑같은 액수다.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 기본급은 연차와 상관없이 모두 202만원이었다. 더욱이 한국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은 같은 일을 해도 공사 소속 역무원과 임금 차이가 크다고 한다. 결국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단식농성 등을 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202만원이던 기본급이 216만원으로, 14만원이던 식대가 20만원으로 올랐다.
서 씨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차별받고 있고, 연차에 따른 기본급 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이란 것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려고 하는 건데, 그간 물가 인상률보다도 낮게 인상해 왔다.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30대 A 씨도 10년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A 씨의 월급은 기본급 211만740원, 정액급식비 14만원을 포함해 총 225만740원이다.
A 씨는 "학예연구원으로 박물관에 들어오려면 최소 석사학위를 갖고 있어야 하고, 대부분 3~4년씩 기간제로 일한 경력도 있다"면서 "공무원으로 채용되면 이전 경력이 전부 호봉으로 인정되지만 공무직일 경우 학위,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차가 있는 사람들이 신입보다는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대우를 해주는 것일 텐데, 신입과 똑같은 월급을 주니 다들 최소한으로 일을 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밖은 이미 적신호…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도 못 받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대리운전이나 방문 점검, 가사·돌봄서비스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비임금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더욱이 사용자에게 사실상 업무 지시와 평가를 받으면서도 법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고충이 두 배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대리운전 노동자의 월평균 수입은 180만8000원이었다.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122만2000원, 돌봄서비스 노동자는 114만9000원에 불과했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우 평균 개인 부담 비용이 66만3000원에 달해 실제 소득은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정수기 방문 점검 업무를 하는 60대 B 씨는 "회사와 직접 고용관계는 아니지만, 계약상 맡은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회사가 제재한다"며 "회사는 우리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지만 중간 관리자들의 영업 압박과 점검 업무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 국장은 "현행법 체계상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상당수가 최저임금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며 "최저임금제도가 헌법적 취지에 맞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으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저임금 부문에서는 최저임금이 마지노선이면서 동시에 사실상 상한선처럼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며 "외주·하청 중심의 비용 절감 구조가 유지되는 한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이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고, 공공부문을 포함한 외주화 구조를 재검토하는 등 임금체계 전반을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