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은 재판 전…정자법은 내달 17일 열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더 치명적인 사건은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라는 말이 나온다. 유죄가 확정되면 양형에 따라 국민의힘이 397억원에 이르는 대선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특별검사팀(김건희특검)은 지난해 12월 26일 윤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을 부인하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김건희 여사에게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소개받아 함께 만난 사실을 부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전 씨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았고 김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수사 결과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전 씨를 소개했고 세 사람이 함께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에 따르면 당선인의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돼 당선이 무효가 될 경우, 기탁금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정당 추천 후보자가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 그 추천 정당이 반환 주체가 된다.
윤 전 대통령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국민의힘은 보전받은 선거비용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당시 425억6700만 원을 지출해 이 중 394억5600만 원을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았고, 기탁금 3억 원을 더하면 반환 규모는 총 397억5600만 원에 달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동일하게 선거비용 반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와 별도로 윤 전 대통령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대가로 명 씨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 당선무효에 이를 경우 역시 선거비용 반환 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전례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정당이 반환할 경우 당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약 397억 원, 민주당은 약 435억 원의 선거비용을 각각 반환해야 한다.
2024년 기준 국민의힘 총자산은 1198억 원(당사 등 건물 215억 원·토지 642억 원·현금·예금 72억 원), 민주당은 657억 원(당사 등 건물 67억 원·토지 125억 원·현금·예금 4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자산 대부분이 토지·건물에 집중돼 있어 수백억 원대 반환이 현실화할 경우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윤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당사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배경이다. 반면 민주당은 현금·예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반환 규모가 400억 원을 웃도는 만큼 재정 운용에 적지 않은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모두 수백억 원대 선거비용 반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선거비용 반환 문제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 한 야권 인사는 "허위사실 공표죄는 발언의 허위성뿐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선거처럼 파급력이 큰 사건의 경우 형이 확정되면 정당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법원이 고의와 영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에 배당됐지만 아직 재판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현복 부장판사도 2월23일자로 명예퇴직할 예정이다. 재판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 씨에게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7일로 잡혔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해 주목받은 법관이다.
파기환송심 단계인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넘어가 있지만 이 대통령 임기 내에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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