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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싸서 '들었다 놨다' 되풀이…매출 반토막 전통시장은 '한숨'
축산물·농산물·수산물 가격 상승에…"비싸서 구경만"
발길 끊긴 전통시장…"장사 40년, 지금 제일 힘들어"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과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은 텅 빈 모습이었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시민들은 30명 남짓에 불과했다. /이다빈 기자
설 연휴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과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은 텅 빈 모습이었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시민들은 30명 남짓에 불과했다.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이라진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낮 12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은 텅 비었다. 축산물과 건어물, 수산물 매장에서 황태포는 7000원, 고사리와 도라지는 각각 4000원에 팔리고 있었지만 찾는 손님은 없었다.

시민 이모(72)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물건을 들었다 놨다만 한다"며 "너무 비싸서 제수거리도 배 1개, 사과 1개 딱 그렇게만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65) 씨도 "제수거리를 사러 왔는데 비싸서 구경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산물 가게 사장 양승민(30) 씨는 "사람이 엄청 뜸하다. 매출이 전년 대비 50%나 줄었다"며 "환율이 올라 2만원이던 조개류가 2배 가까이 올랐다. 물건을 가져올 때 비싸서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장 골목을 오가는 시민들은 30명 남짓에 불과했다. 상인들은 매장 앞까지 나와 "뭐 찾으세요"라며 연신 손님들을 불러 세웠지만 이들은 흘깃 쳐다보곤 지나갈 뿐이었다.

채소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명숙(72) 씨는 배추와 당근, 오이 등이 쌓여있는 매대를 정리하며 한숨 지었다. 김 씨는 "채소 가격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오르고 있다. 한 소쿠리에 2000원 하던 게 지금은 3000원"이라며 "장사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상인들은 매장 앞까지 나와
상인들은 매장 앞까지 나와 "뭐 찾으세요"라며 연신 손님들을 불러 세웠지만 이들은 흘깃 쳐다보곤 지나갈 뿐이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의 모습. /이다빈 기자

계란·쌀 매장에는 30구짜리 계란 200판과 20㎏짜리 쌀 50포대 가량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박정수(74) 씨는 "명절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안 온다. 손님은 갈수록 더 줄어든다"며 "제사를 예전만큼 안 지내고 전도 사 먹다 보니 계란도 잘 안 사간다. 손님이 없어 힘들다"고 한탄했다.

곳곳에서는 가격을 두고 상인과 손님 간 승강이도 벌어졌다. 2만원을 손에 쥐고 있던 70대 여성은 "미나리를 사겠다. 1000원만 깎아 달라"고 흥정했다. 상인은 "한 단에 1만2000원이다. 다른 곳은 1만5000원을 받아 더 깎아줄 수 없다"면서도 "마감할 시간 돼서 최고로 싸게 주겠다"고 응했다.

사과를 구매하려던 70대 노부부는 흥정을 시도하다가 거절당해 발길을 돌렸다. 상인은 "가격은 다 5개에 1만원이다. 하나 사 가라"며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접이식 카트를 끌고 수산물 매장 앞에 멈춰 선 60대 여성은 돔 1마리를 1만5000원에 구매했다. 그는 "2마리 사려고 했는데 비싸서 1마리밖에 못 산다"고 아쉬워했다.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정작 손님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값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오후 1시40분께 시장에는 "바나나 5000원", "사과 6개 1만원에 가져가세요", "대추·밤 6000원", "딸기 6000원"이라며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과일 매장 앞에는 사과 11박스, 명절용 감귤과 참외 선물세트 등 3박스 등이 나와 있었다.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정작 손님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가격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다빈 기자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정작 손님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가격을 확인한 뒤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이다빈 기자

한 60대 여성은 "단감 7개에 5000원"이라는 상인의 말을 듣고 소쿠리에 골라 담다가도 결국 계산하지 않고 내려놨다. 떡국 떡과 절편, 무지개떡 등이 놓인 매대 앞에 서서 5분가량 구경하던 50대 여성은 결국 자리를 떴다. 파프리카를 찾던 60대 여성은 "6000원"이라는 상인의 답변에 "아이구. 비싸네"라며 놀랐다.

곶감을 산 80대 여성은 "이번 설에 아들과 며느리, 손녀 다 온다"며 "물가가 너무 비싸다. 뭘 사려고 해도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50대 여성 서모 씨는 "설날에 잡채 해 먹으려고 돼지고기와 시금치, 마늘을 구매했다"며 "날도 춥고 명절이라 그런지 시금치가 너무 비싸다. 5000원이나 주고 샀다"고 말했다.

고물가 여파에 설 대목에도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임순분(60) 씨는 "7000원 하던 고등어가 1만원으로 오르니 가게 앞에서 서성이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우리가 가격을 높여 부르는 게 아니라 수산물 가격 자체가 비싸니 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약 29만6500원, 대형마트 약 40만6880원이다. 축산물과 농산물, 수산물 등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쌀 2㎏은 5500원에서 19.2% 상승한 6500원에 달했고, 수입 비중이 높은 조기는 3마리에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랐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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