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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과밀' 분투하는 교도관들…"소장 바꿔" 극성 부모 민원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교도관 체험기
재범이 되지 않게 돕는 게 중심 업무
열악한 근무환경 고충에 한 목소리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2008년 6월 준공돼 다음 해인 2009년 8월 13일 개청한 대한민국 최초 직업훈련 전문 교도소다. 사진은 남성 수용자들이 용접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법무부 제공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2008년 6월 준공돼 다음 해인 2009년 8월 13일 개청한 대한민국 최초 직업훈련 전문 교도소다. 사진은 남성 수용자들이 용접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법무부 제공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현재 시간 기온은 영하 6도. 제공된 교도관 제복을 입고 교도소에 들어서는 길이 왠지 더 춥게 느껴졌다. 건물 앞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법무부는 '교도관 체험' 행사를 마련해 취재진에 닫힌 교도소 문을 열었다.

이날 찾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지난 2009년 8월 13일 개청한 대한민국 최초 직업훈련 전문 교도소다. 총 16만㎡(약 4만8440평) 부지 면적에 28개 건물로 이뤄졌다. 수용자의 상당수는 수용생활 중 6개월·1년·2년 과정 등으로 구성된 직업훈련을 받으며 형기를 보낸다.

이곳에는 약 1800여 명이 수용돼 있고 약 350명의 직원이 이들을 관리한다. 업무 중 휴대폰 사용은 제한된다. 교정시설은 대표적인 '님비 시설'인 만큼, 중심지와의 거리도 상당히 멀다. 역대급 한파 속 냉기가 도는 수용동 복도를 걷자 다른 세상에 온 듯 한층 쌀쌀했다.

수용동은 신입실을 지나 미결수용동, 기결수용동으로 나뉜다. 남녀 수용동은 분리돼 있다. 320개의 혼거실, 129개의 독거실을 포함해 449개의 수용 거실이 마련돼 있다. 직업훈련소동도 성별마다 따로 운영되지만, 26개의 직업훈련 중 여성 수용자들이 받을 수 있는 훈련은 웹툰 한 가지뿐이다. 수용 인원 내 다수가 남성 수용자를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수용동 복도 사진. 창 사이로는 수용자들이 창밖에 걸어 놓은 빨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법무부 제공
수용동 복도 사진. 창 사이로는 수용자들이 창밖에 걸어 놓은 빨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법무부 제공

수용동 복도를 지나 남자 직업훈련소동으로 가는 길은 거리가 상당했다. 한 여성 교도관은 "하루 근무를 끝내고 나면 2만 보 정도는 기본적으로 걷는 것 같다"며 "저도 남성 직업훈련동에 가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복도 위 창문 사이로는 수용동 외벽이 보였다. 외벽에는 수용동 번호가 쓰여있고, 창밖으로는 이들이 널어놓은 수용복, 수건 등 빨래가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외벽 꼭대기 곳곳에는 철조망이 감겨있어 삼엄함이 느껴졌다.

남성 직업훈련동으로 들어서자 건물 창문 사이사이로 수업을 듣고 있는 수용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타일, 제과바리스타, 자동차도장, 컴퓨터응용선반, 아크용접 등 총 25개의 직업훈련이 운영되고 있다. 수용자들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기준에 부합하는 수용자들을 선발을 통해 뽑는다.

타일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6개월 과정 운영되는 타일도배 훈련 현장을 방문했다. 한 분과에 30명의 인원이 수업을 들으며 수업 합격률은 90% 이상이다. 보통 두 분과, 총 60명의 수용자가 수업을 동시에 듣는다. 이들을 한 명의 교도관이 관리한다. 선발을 통해 뽑힌 모범 수용수라고 해도, 다수를 관리하기는 버겁다. 특히 벽돌, 타일이 사용되는 수업에서 자칫 소란이 날 경우 위험천만한 상황이 될 수 있어 교도관으로서는 신경이 더 곤두설 수밖에 없다.

제과 바리스타 과정은 수업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업을 운영하는 황철명 강사는 "제과 기술로 20년을 넘게 먹고살고 있는데, 예전에 배운 기술이 아직도 제과에서는 사용되고 있다"며 수용자들도 출소 후 취득한 제과 자격증 등을 활용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치고 남은 빵은 버리지 않고 전국 기관에 기부한다고도 덧붙였다. 수용자들이 만든 생크림· 망고무스·티라미수 케이크 등을 시식해 보니 시중에 파는 맛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교도관은 수용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직업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재범이 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여성 수용동 내부 복도 사진. /법무부 제공
여성 수용동 내부 복도 사진. /법무부 제공

자리를 옮겨 여자 수용동으로 향했다. 근무자실에는 수용자들을 지켜볼 수 있는 CCTV 화면이 모니터에 떠 있고, 책상 위에는 수용자들의 민원 사항이 전달된 종이들이 6~7장 정도 있었다. 종이에는 '싱크대 자리에 물이 샌다' 등 민원이 써 있었다. 7년 차 교도관인 A 씨는 "화성의 경우 독거실이 많은 편"이라며 "독거실이 많은 교도소가 교도관이 관리하기는 좋다. 공용거실의 경우 과밀수용 문제로 소란과 난동을 피우는 등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물 상부로 올라가 웹툰 직업훈련장을 들어서자 여성 수용자들이 손목에는 보호대를 차고 태블릿 펜으로 액정 태블릿에 보이는 그림에 색을 입히고 있었다. 웹툰 과정은 총 6개월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손영목 강사는 "웹툰도 현재는 공장화돼 단계별로 분화된 인력이 필요하다"며 "밑색 작업의 경우, 디테일이 필요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성 수용동 외부 운동장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수용자들이 운동장을 뱅글뱅글 돌며 해를 쬐고 있었다. 운동장 일부 공간은 담장을 쳐 구분해 뒀는데, 이 공간은 독거자·성소수자·반목관계 재소자 등 인원 구분이 필요한 수용자들을 위해 마련된 운동공간이라고 했다. 운동장 왼쪽 구석에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ㅁ'자 모양 벤치와 손잡이를 손에 고정하고 허리를 움직일 수 있는 간단한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었다.

여성 수용동 운동장에는 구인 피의자 대기공간이 컨테이너 건물 형태로 마련돼 있다. 건물 뒤로 보이는 초록 철책 안 공간은 일반 수용자들과 분리해 움직여야 하는 수용자들이 운동하는 공간이다. /법무부 제공
여성 수용동 운동장에는 구인 피의자 대기공간이 컨테이너 건물 형태로 마련돼 있다. 건물 뒤로 보이는 초록 철책 안 공간은 일반 수용자들과 분리해 움직여야 하는 수용자들이 운동하는 공간이다. /법무부 제공

오른쪽 구석에는 컨테이너 건물이 보였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들이 결과가 나오기 전 대기하는 공간인 구인 피의자 대기실이 있는 곳이다. 구속 기로에 선 피의자는 책, TV 등을 보며 영장 결과를 기다릴 수 있다.

정보심리팀은 재소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부서다. 재소자들의 심리상담을 담당할 뿐 아니라, 재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을 처리하기도 한다. 과거 이름은 '고충처리팀'이라고 했다. 이들은 재소자들의 잦은 민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자신이 교도소 규율을 어겨놓고 징벌이 억울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한 직원이 귀띔한 경험담이 인상적이었다. 마약 혐의 수형자의 어머니가 "접견 도중 자식이 '척추가 아프다'며 울었으니 약을 처방해 달라"는 민원을 했다. 이후 의약과에 알아보니 마약 수형자에게 처방이 금지된 약물이었다. 성심껏 이유를 설명했지만 화난 어머니는 "교도소장 바꾸라"며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극성 민원인은 교정기관도 사정이 다를 바 없었다.

정보심리팀은 지난해 재소자들이 제기한 35건의 행정심판과 4건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고 한다. 이들은 재소자가 교도소에서 사망했지만 연고자가 없는 경우, 무연고 장례를 대신 치러주기도 한다.

교도관들은 한목소리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고충으로 꼽았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경우, 108명이 4부제로 야간 근무를 선다. 1800여 명의 재소자 규모에 비하면, 27명씩 나눠 야간 근무를 서는 것은 큰 부담이다. 과밀수용도 문제다. 좁은 공간에 재소자들이 함께 24시간 있다 보니, 그만큼 관리도 어렵다는 것이다. 교도소 신설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급선무로 꼽히지만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다. 현재 전국 수용자 정원은 5만 614명(여성 5605명)이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6만 5379명(여성 5606명)로 수용 비율이 129% 과밀됐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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