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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동 1년, 아물지 않은 상처…직원들 트라우마 고통
후문 교체·담장 보강…보안 강화
"오랫동안 무거운 죄책감 남아"


서울서부지법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낮고 넓은 후문의 높이를 높이고 문 폭을 좁게 설계해 재설치하는 등 법원 시설과 보안 강화에 주력했다. /김명주 기자
서울서부지법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낮고 넓은 후문의 높이를 높이고 문 폭을 좁게 설계해 재설치하는 등 법원 시설과 보안 강화에 주력했다. /김명주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후문 담장에 장미 덩굴 화단이 담장 바로 밑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약 30㎝ 간격으로 심어진 장미는 겨울이라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가시 돋친 줄기와 잎사귀가 눈에 띄었다. 추위 피해를 막기 위해 화단 둘레에는 볏짚 방풍막이 설치됐다.

지난해 1월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월담 방지 등 경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성한 화단이다. 폭동 사태 이후 법원은 후문을 재설치하고 훼손된 철제 담장을 보강했다. 넓고 낮았던 기존 후문 대신 폭 3.5m, 높이 2m의 후문으로 교체했다. 높이는 기존보다 40㎝ 높였다. 후문 입구의 지주간판도 다시 세웠다. 당시 후문을 통해 경내로 진입했던 시위대가 부순 담장 밑 타일은 철거하고 더 넓은 규격의 타일로 바꿨다.

법원은 시설 보강뿐만 아니라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관제센터도 지난해 6월 열었다. 폭동 사태를 계기로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실시간 감시·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법원은 청사 내부 면적이 협소해 별도의 공간을 신설하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 기존 방재실이 있던 1층에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했다. 청사보안팀이 상시 근무하면서 법정 소란, 대규모 집회·시위 등에 따른 긴급상황 시 신속 대응한다. 청사 출입자 관리, 차량 등록업무 및 주차관제시스템도 통합 운영한다.

이외에도 법원은 폭동 사태 당시 훼손된 당직실, 외벽 타일 등을 복구했다. 청사 내·외부 출입구에 고강도 셔터를 설치하고 유리 시설물에 강화 필름을 부착하는 등 보안 강도를 높였다. 주차관제시스템 설치, 긴급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 정례화, 상황유형별 대응요령 매뉴얼 신설 등도 이어졌다.

서울서부지법이 후문 인근 집행관실 주변에 장미 덩굴 화단을 조성해 경계 기능을 보완하고 무단 접근 억제 효과를 강화했다. /김명주 기자
서울서부지법이 후문 인근 집행관실 주변에 장미 덩굴 화단을 조성해 경계 기능을 보완하고 무단 접근 억제 효과를 강화했다. /김명주 기자

이날 민원인 출입도 정상화한 모습이었다. 법원은 폭동 사태 이후 한동안 사건번호와 방문 목적 확인 후 제한적으로 민원인 출입을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2월11일부터 출입 제한을 없앴으며, 민원상담센터도 정상 운영에 돌입했다.

민원실에 방문한 시민들은 안정을 되찾은 법원의 모습을 반겼다. 40대 조모 씨는 "폭동 사태를 뉴스로 봤을 때는 유리창이 깨지고 피해가 매우 커 보여서 놀랐다"며 "와 보니 복구가 잘 된 것 같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폭동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면서 법원은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주력하며 정상화에 힘썼다. 물리적 흔적은 지워지며 외형상 회복은 이뤘다. 그러나 당시 현장을 지켰던 직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법원이 공개한 '1·19 폭동 사건 백서'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폭동 사태로 불안, 충격 등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구성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완화와 조직 안정을 위해 긴급심리지원서비스를 지난해 2월 약 2주 동안 실시했다. 폭동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구성원 중 신청자 51명에 한해 상담이 이뤄졌다. 사건 당일 근무 직원 중에는 14명이 상담받았다.

서울서부지법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훼손된 철제 담장을 보강하고 재도색했다. /김명주 기자
서울서부지법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훼손된 철제 담장을 보강하고 재도색했다. /김명주 기자

대부분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 있다. 법원보안관리대 한 주무관은 "사건 직후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졌다. 실패한 보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총무과장 겸 보안관리대장은 "청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무거운 죄책감으로 남았다"며 "'조금 더 대비했더라면'이라는 자책은 오랜 시간 동안 저를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종합민원실 행정관은 "민원인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내 앞의 민원인이 사실은 업무를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법원에 불만을 갖고 나에게 해코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이 계속됐다"며 "민원인 표정과 행동을 살피며 언제든지 몸을 피할 태세를 갖췄던 기억이 난다"고 고백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13일 기준 총 14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63명은 판결이 확정됐다. 200만원의 벌금형부터 징역 5년형까지 선고됐다. 나머지 가담자들에 대한 기소와 재판은 진행 중이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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