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건물, 좁은 건물에서 생활…거동도 불편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창문으로 바람이 계속 들어와요."
연말 분위기가 깊어지던 지난해 12월26일 오후 4시 서울역 11번 출구를 지나 300m 정도 걸어가자 노후한 건물과 여인숙 등이 보였다. 앙상한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도 눈에 띄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창문은 청색 테이프와 방풍 비닐로 꽁꽁 감싼 채였다. 건너편 서울역을 환하게 비추는 네온사인과는 대조적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이다.
이날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칼바람에 거리 인적은 드물었다. 주민 4~5명만 빵과 우유, 막걸리 등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쪽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있거나,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주민 최모(59) 씨는 1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냉장고와 TV가 놓인 자리를 빼고는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 뿐이었다. 벽면에는 4~5개의 점퍼들이 걸려 있었다.
방의 유일한 창문에서는 찬바람이 계속 새어들어왔다. 낡은 창문에는 아무런 방풍 장치가 돼있지 않았다. 최 씨는 "창문으로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며 "춥다"고 연신 토로했다.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한지 3년째인 최 씨는 목발에 의존해 산다. 40대에 허리를 다치고 50대에 뇌출혈이 와 거동이 불편한 탓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보증금이 없는 쪽방에서 방세를 내며 지낸다.

정모(53) 씨 쪽방도 마찬가지로 사람 한 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소형 냉장고와 낡은 TV, 개인 물품 등이 들어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벽에는 강추위를 막기엔 힘겨워 보이는 겨울 점퍼들 뿐이었고, 천장에 붙어있는 선반에는 물건들이 빼곡했다.
입구 쪽에는 수도와 반찬통들이 눈에 띄었다. 창문은 방풍 비닐과 청색 테이프로 꽁꽁 감싸져 있었다. 정 씨는 온풍기 2대로 이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이들이 거주하는 4층짜리 쪽방 건물에는 층마다 약 11개의 쪽방이 있었다. 긴 복도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했다. 3층과 4층 사이에는 남여 공용 화장실이 있었다. 변기 하나만 놓인 채 비좁아 용변을 제대로 보기 힘들어 보였다. 난방도 전혀 되지 않아 냉골이었다.
추위는 둘째치고 공용 화장실과 씻을 곳조차 언감생심이다. 쪽방촌 주민 797가구 중 절반 가까이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대부분 몸이 불편해 화장실 가는 것마저 곤욕이었다.
인근 서울특별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에 깨끗한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마련돼 있지만 목발을 짚고 빙판길을 3분 이상 걸어야 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쪽방 건물의 대부분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라며 "4층짜리 쪽방 건물 지하가 비어있으니 깨끗하고 넓은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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