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금품 수수 의혹 전방위 수사…총 11명 조사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내 천주평화연합(UPF) 송광석 전 회장이 24일 경찰에 출석해 약 13시간30분 조사를 받았다. 송 전 회장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송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최근 송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송 전 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9년 여야 정치인 10여명에게 약 100만원씩 정치 후원금을 건넨 정황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1시45분께 취재진의 눈길을 피해 별도의 통로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송 전 회장은 이날 오전에도 '정치금 후원한 게 맞냐', '정치인들에게 자금 전달할 때 개입한 일이 있냐' 등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송 전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UPF 한국회장을 역임했다. UPF는 통일교의 대표적 정치인 후원 창구로 지목된다. 이후 2018년 9월부터는 한학자 총재의 며느리인 문연아 선학학원 이사장이 UPF 한국회장을 맡고 있다.
송 전 회장은 UPF 산하기구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도 겸임했다. IAPP 회장을 맡으면서 다수의 정치인과 교류를 맺는 등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 관리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2018~2020년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송 전 회장이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정치인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송 전 회장이 금품 수수 의혹으로 입건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에게 직접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 전 회장은 당시 전 전 장관 등 3명과 직접 접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들은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팩트>가 입수한 송 전 회장과 김 전 의원 측 녹취록에서 송 전 회장은 "(돈을) 드린 적 없다"며 "경찰에서 저를 불러 증언을 해달라고 할 것 같다. 그러면 잘 설명하겠다"고 했다.
임 전 의원도 "송 전 회장은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회장이라고 해서 알게 됐다"며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송 전 회장은 이후에도 통일교에서 주요 '공직'을 맡았다. 통일교에서는 교단 내 직책을 공직이라고 일컫는다.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통일교 한국협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중앙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찰은 한 총재를 정점으로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을 비롯해 천정궁·천원궁 건립 청탁을 대가로 지난 2018~2020년 정치인들에게 전방위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에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한 총재 접견 조사도 실시했다. 조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진행됐다.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은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날 윤 전 본부장도 접견 조사를 시도했지만 당사자 측 사정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간 전 회계부장 등 통일교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며, 한 총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와 한 총재의 측근인 정원주 비서실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까지 한 총재를 포함해 윤 전 본부장, 전 전 장관 등 총 11명을 조사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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