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상을 정치적 해석…청탁 요건 안 돼"

[더팩트ㅣ김영봉·이다빈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자금을 관리했던 핵심 인물인 전 총무처장 조모 씨가 23일 경찰에 출석해 약 10시간 조사를 받았다. 조 씨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정치권 로비 의혹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통일교 회계 담당자들을 연이어 조사하면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통일교 세계본부 전 총무처장 조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정치인 로비 자금 흐름을 집중 조사했다. 조 씨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과 함께 일하며 회계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의 부인이자 전 재정국장인 이모 씨가 조 씨의 상급자였다.
이날 오후 6시5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조 씨는 '정치인 관련 예산 집행 보고받거나 사인한 적이 있는지', '조사를 받으며 기억난 부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게 있을 수도 있다. 현재는 수사 중이라 말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한 총재를 의혹의 정점으로 보는 경찰에 대한 입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 총재는 영적인 존재다. 구체적 사안은 관여하거나 지시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통일교가 정치권에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강력 반발했다. 조 씨는 "남북통일과 한·일 해저터널 등 자랑스러운 정책 제안과 종교적 이상을 정치적 언어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정책 토론을 초청한 게 청탁 요건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통일교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치인들에게 건넨 금품을 두고 정치 후원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12시2분께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나온 조 씨는 취재진에게 "정치 후원금 관련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정치 후원금이 오간 게 맞냐'고 묻자 "통일교 세계본부에서는 직접적으로 그렇게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뇌물 혐의는 30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되며 공소시효는 액수에 따라 10~15년이다. 경찰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 뇌물공여 혐의도 적용했다.
공소시효 문제도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고려하면 2018년 금품을 받았을 경우 올해 말 만료된다. 정치자금법 제11조에 따르면 후원인은 국회의원과 후보자후원회 등에게 연간 5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다. 후원금 외 금품은 기부할 수 없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앞서 조 씨는 이날 오전 8시42분께 경찰에 출석하면서 '정치인 관련 예산을 비용 처리한 적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기억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전 본부장이 전 전 장관 외 다른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접촉했다고 말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통일교 자금을 관리했던 관계자들을 연이어 불러 조사하면서 통일교의 전방위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에는 전 회계부장 등 통일교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한 총재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와 한 총재의 측근인 정원주 비서실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9일에는 전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한 총재를 정점으로 통일교가 지난 2018~2020년 정치인들에게 전방위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전 전 장관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오는 24일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이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방문해 이들을 상대로 2차 접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한 총재를, 지난 11일에는 윤 전 본부장을 각각 접견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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