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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이수 기준 완화 '권고'…"현장 목소리 반영 안 돼"
고교학점제 관련 행정예고 실시 예정
쟁점인 학점이수기준 '권고사항' 한계 논란


국가교육위원회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고교학점제 관련 행정예고(안)을 보고했다. 사진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임영무 기자
국가교육위원회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고교학점제 관련 행정예고(안)을 보고했다. 사진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학점 이수 기준으로 출석률만 반영하도록 교육부에 18일 권고했다. 학점 이수 기준을 행정예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권고사항'으로 남기면서 핵심 쟁점을 매듭짓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교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고교학점제 관련 행정예고(안)을 보고했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교육부가 제시한 두 가지 학점 이수 기준 완화안을 놓고 전문위원회 검토와 사전 검토, 국가교육과정 모니터링단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됐다. 현행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점을 이수하려면 40% 이상의 학업성취율과 3분의 2 이상의 출석률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완화안으로 △공통과목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되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적용하는 안(1안)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는 안(2안)을 제시하고 국교위에 결정을 넘겼다.

그러나 국교위가 이날 보고한 행정예고안에는 '이수 기준은 출석률, 학업성취율 중 하나 이상을 반영하되 교육활동 및 학습자 특성을 고려해 설정한다'고 명시됐다. 기존의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해 설정한다'는 내용이 수정된 것이다.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지침에 따르도록 했다. 학점 이수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이지만 1안과 2안 모두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국교위는 교육부가 지침을 개정하도록 '권고사항'을 함께 제시했다. 권고사항에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정책 시행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통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하고, 선택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만을 반영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1안 내용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후속 조치로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최성보) 외 다양한 이수 기회 제공 △최성보 운영 시 보충지도 횟수 및 방식 등 학교 자율 시행 △기초학력보장지도 등과의 연계 방안 마련 △최성보 참여 교원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행정예고가 이뤄지면 국가교육위원회는 20일 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변경안을 심의·의결해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진공동취재단
행정예고가 이뤄지면 국가교육위원회는 20일 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변경안을 심의·의결해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진공동취재단

교사 출신 국교위 위원들은 회의에서 권고사항을 두고 '학교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현직 교감인 손덕제 위원은 "고교 학점제의 본질은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접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지 최소 성취 수준을 보장해 책임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행정 예고안과 1안은 현재 상황에서는 현장 적합성이 낮고 그 목적인 책임 교육과 최소 성취 수준 보장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손 위원은 "미이수 학생 비율은 1% 미만인데, 1% 미만의 미이수 학생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머지 99%의 학생들의 수행 평가 비율을 높이고 시험 문제를 쉽게 내는 등의 파행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직 교사 이보미 위원도 "학점 이수에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이 동시에 반영되면 반드시 유급되는 학생이 나오는데, 학교 현장에서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우려가 크다"며 "교사들이 책임교육 안 하겠다, 기초학력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책임교육은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제도적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양오봉 위원도 "고교학점제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교사 대다수가 반대하고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방안이라면 과연 취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행정예고가 이뤄지면 국교위는 20일 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변경안을 심의·의결해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권고사항과 후속조치의 세부 내용 역시 행정예고 기간 중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현 고1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선택과목을 듣는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학교 현장의 준비 부담과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부담도 더해질 전망이다. 학점 이수 기준과 관련한 구체적 사항이나 후속 조치는 교육부 장관이 지침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희정 교사노조 고교학점제 TF팀장은 이날 행정예고 내용에 대해 "권고사항은 1안에 가깝지만 결국은 교육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 같다"며 "국교위와 교육부 모두 교원단체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기존 틀은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 결정을 미루는 느낌"이라고 혹평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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