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내년 봄 주말 오전 시간대 도심 주요 도로 일부를 시민들의 운동 공간으로 활용하는 '카 프리 모닝(Car Free Morning)'을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간 선정과 교통·안전 대책 마련이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이르면 내년 3월 주말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도심 주요 도로의 일부 차로를 시민들이 운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출장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벤치마킹한 것으로, 도심을 더 건강한 시민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쿠알라룸푸르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해가 뜨기 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앞 도심 도로를 차선 일부만 통제한 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달리기와 자전거, 킥보드 등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봤다"라며 "이른 아침 도시가 매우 활기차고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카프리모닝은 도심 한복판을 '차 없는 거리'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대표적 보행·친환경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KLCC(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인근 주요 도심 구간을 전면 통제해 시민들에게 걷기, 조깅, 사이클링,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의 시범 운영 구간에서도 달리기뿐만 아니라 자전거, 킥보드 등 다양한 개인 이동수단이 혼재된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오 시장은 "평소에는 차량만 다니는 곳을 일상적으로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운동 공간으로 (구상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주말 이른 아침을 아주 활기차게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카프리모닝 시범 사업을 현재 추진 중인 '9988 서울체력장'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우리가 새로 시작하는 서울체력장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도심 도로나 한강변 등 야외 공간에 2시간 정도 운영되는 팝업 체력 인증 센터를 설치한다면 많은 시민들이 체력도 측정할 수 있고, 건강 관리 목표를 훨씬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입 취지와 별개로 시민 불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매년 3월은 주요 마라톤 대회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러닝·마라톤 행사로가 늘어나면서 민원이 매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에는 2개 마라톤 대회에서 민원 15건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3개 대회에서 69건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8개 대회에서 498건, 지난해에는 9개 대회에서 461건이 접수됐다. 지난 9월까지 이미 19개 대회에서 350건의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도로 전면 통제가 아닌, 일부 차로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행사는 오전 9시 이전 종료를 원칙으로 해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고, 기존 마라톤 행사와 중복되지 않도록 운영 원칙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또 전문가들은 카프리모닝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 시민 불편을 줄일 정교한 구간 선정과 교통·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준호 한양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는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여서 혼잡 우려는 크지 않지만,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선 구간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참여도가 높고 안전한 구간을 선정하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열쇠"라며, "차량이 일부 통행하는 구조에선 보행자 안전 확보가 관건이며, 우회도로를 사전에 확보해야 대중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운영됐던 신촌 연세로 등도 시범 운영 구간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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