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민주시민교육 중요성 깨닫는 계기"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40여 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은 전국을 순식간에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다음날 등교를 앞둔 선생님과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이 불안에 떨며 우왕좌왕하는 동안 교사들도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학급 단톡방이 난리가 났습니다. '전쟁 난 것이 아니냐'며 살아서 보자는 메시지까지 올라왔습니다."
3일 장희선 이충고등학교 교사는 그날 밤을 이렇게 기억한다. 단톡방에는 "휴교냐", "내일 학교 가는 거 맞냐"는 학생들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장 교사 역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등교 중지'라는 가짜뉴스까지 퍼지며 대응에 애를 먹었다. 그는 "4일 새벽 1시쯤 계엄령이 해제돼서야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정상 등교를 안내할 수 있었다"며 "학교 교육이 중단될 위험에 놓이는 이 같은 사태는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90년대 생' A 교사에게도 계엄령은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국회가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했다는 기사를 확인하고 출근했지만 학교는 아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저·고학년 교사들 모두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두고 각자의 고민을 나눴다. A 교사는 "1교시 전 짧게 계기교육을 실시하며 비상계엄에 대해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혹시 정치적인 발언으로 비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학생들 기억에도 그날의 충격은 깊게 남아 있다. 같은 학교 5학년 B 군은 "국회 앞에서 경찰들이 시민들을 막고 있는 모습을 부모님과 함께 TV로 보며 같이 화를 많이 낸 날"로 떠올린다. 다음 날 아침에야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다는 얘길 들었다는 같은 반 C 군은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시민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실인지 의심되기도 하고, 사실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됐어요."
이충고 학생들도 각자의 일상 속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접하고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다. 학원에서 귀가 중이었다는 D 군은 친구들에게서 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고, 늘상 하던 장난으로 여겼다. 그는 "친구들이 너무 진지해 뉴스를 보니 너무 무서워 바로 집으로 허둥지둥 뛰어갔다"며 "잊지 못할 추억이라면 추억인데, 이런 추억이면 너무 싫다"고 했다.
집에서 공부 중이었다는 E 군도 "유튜브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문구를 보고 컨셉 영상인 줄 알았다"며 "실제 계엄이 내려지면 어떻게 되는 건지 계속 인터넷을 검색해보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스터디카페에서 시험공부를 했던 F 양은 "처음엔 가짜뉴스 같고, 진짜여도 얼마나 큰 일인지 실감이 안 나 그냥 공부를 이어갔다"며 "나중에야 상황의 심각함을 알게 되니 더 무서웠고, 교과서에서나 보던 계엄을 실제로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공부 중이었던 G 군도 "1979년 군사정권 때 계엄이 선포됐다는 걸 배운 적이 있어서 국민들이 다칠까봐 걱정됐다"며 "12·3 비상계엄도 역사책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1년이 흐른 오늘, 교사들은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덕성여고 사회 교사였던 이봉수 관악중학교 교장은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다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보게 됐다. 이 교장은 "계엄의 주동자를 엄벌하거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지탱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국가가 더 진지하게 공동체성, 비판적 사고력, 도덕성을 갖춘 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다른 의견의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충분히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 교사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역사적 사건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대통령 탄핵의 시기를 거쳐 정권이 바뀌는 것까지 봤다"며 "청소년 시민으로서 아이들도 정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교사로서 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도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아이들이 계엄령 자체를 가볍게 느끼고 조롱하게 된 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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