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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선보인 서울영화센터…독립영화계 반발 왜
기능 축소·운영 방식 문제...협력 거부
서울시, 12월 포럼서 상생 방안 논의 계획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중구 초동에서 열린 '서울영화센터 개관식'에서 제막식하고 있다./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중구 초동에서 열린 '서울영화센터 개관식'에서 제막식하고 있다./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15년간 추진해 온 공공영화문화공간 '서울영화센터'가 개관했지만, 영화계 반발로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영화계는 운영 방식과 기능 축소를 문제 삼아 협력 거부를 선언했다. 서울시는 대화를 통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8일 충무로에 공공영화문화공간 서울영화센터가 개관했다. 지하 3층∼지상 10층, 연면적 4806㎡ 규모다. 센터에는 기획전시실, 다목적실, 공유오피스, 옥상극장, 영화카페 등 다양한 공간도 조성됐다.

시는 서울영화센터를 단순 상영관을 넘어 복합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영화산업의 변화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인 서울영화센터를 영화인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키워가는 열린 플랫폼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영화센터는 2014년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 영화계 요구로 추진된 '서울시네마테크' 사업에서 비롯됐다. 서울시네마테크는 2002년 기존 영화관을 임대해 문을 열었으나 매년 갱신되는 임대계약 탓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5년 낙원상가로 이전해 운영했지만, 전용관 건립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영화센터 낮 전경./서울시
서울영화센터 낮 전경./서울시

2010년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감독 등 주요 영화인들은 '서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고전·독립·예술영화를 전문 상영할 공간을 요구했다. 이들은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뉴욕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와 같이 교육과 자료 보존 기능도 수행하는 '영화 도서관' 성격의 전용관 건립을 추구했다.

이에 발맞춰 시는 2015년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2018년까지 건립하겠다며 사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의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두 차례 부결되며 사업이 지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답보 상태에 놓인 사업은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영화센터로 명칭이 변경되며 재정비됐다.

하지만 영화계는 서울영화센터 개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인과 민관 협력으로 추진돼 온 건립 계획이 대폭 수정되고, 본래 영화 도서관의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0개 영화·시민단체는 지난 17일 "오 시장 부임 이후 명칭을 서울영화센터로 변경하고, 건립준비위원회 해산, 핵심 기능(필름 아카이브·열람실·전용 상영관·연구·교육 공간) 축소, 멀티플렉스형 구조 설계 변경 등 시네마테크 정체성을 흔드는 결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는 지난 15년간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해 온 시네마테크 건립 원칙과 합의를 스스로 뒤집고 공공문화시설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시네마테크 원안 복귀를 촉구했다.

서울영화센터./서울시
서울영화센터./서울시

영화계 내 반발에는 김지운·봉준호·박찬욱·류승완 감독 등 스타 영화인과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이 포함됐다. 서울 독립·예술영화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이들의 협력 없이는 공공 영화센터 운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서울영화센터가 독립적인 민간 운영이 아닌 서울경제진흥원 위탁 체계로 운영된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특히 서울경제진흥원이 공개한 상영관 운영업체 입찰 공고에는 '상영작을 사전·사후 심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검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계는 "사전 또는 사후 심의 조항이 포함돼 있어 사전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영화 유산을 보존하는 핵심 기능인 아카이빙 기능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수장고 없는 시네마테크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서울시가 자체 영화 아카이브를 구축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영화센터는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을 대행하도록 결정했다"라며 "지난 5월 발족한 서울영화센터 운영위원회에서 심도있게 검토하고 최종 결정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수장고는 영상자료원이 전문적으로 보존·기록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중복 투자를 피하기 위해 제외했고, 수장고 외의 기능은 모두 갖춰 운영하고 있다"라며 "12월 중 포럼을 통해 영화계와 소통을 이어가면서 상생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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