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3단체 "문항 구성부터 문제"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이후 교육부가 처음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교사 70%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8월 19~29일 전국 일반고 160곳의 고1 학생 6885명, 교사 46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성보는 고교학점제에서 과목 이수 기준(출석률 2/3 이상, 학업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에게 예방·보충지도를 제공해 학점 취득을 돕는 제도다. 학업성취율이 낮더라도 1학점 당 3시수 이상 보충지도를 이수하면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책임교육 구현을 목표한 제도지만 교사 업무 부담을 늘리는 데다 실효성도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개선안의 핵심인 최성보 운영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최성보 담당교사(2607명) 중 70.0%는 "운영이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참여 학생(1028명) 중 67.9%는 "예방지도 또는 보충지도가 과목 이수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교사 79.2%는 '예방지도 또는 보충지도를 한 학생들은 최종적으로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했다'고, 학생 69.3%는 교사가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고 답했다.
최성보, 학교 교육과정, 과목 선택지도 등에 대한 만족도 긍정 응답 평균은 학생 64.2%, 교사 76.3%"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의 고교학점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교원 3단체(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날 발표한 고교 교사 대상 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보충지도 경험이 있는 교사 1485명 중 90.0%는 '최성보가 책임교육과 학생의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최성보 대상 학생들의 학습 부진이 몇 년 정도 누적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39.5%가 3~5년, 51.5%가 6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교원단체들은 수 년에 걸친 학습 부진 누적을 단기간 보충지도로 해결하기 어렵고, 최성보 대상 학생에게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최성보 폐지를 주장해왔다. 김희정 교사노조 고교학점제 팀장은 "초등학교에서 다루는 분수 개념도 모르는 학생에게 몇 시간 보충지도로 미적분 과목을 이수시키라는 게 최성보"라며 "최성보 대상 학생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친구들의 놀림으로 극단적 고민까지 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원3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 교육부 조사 결과에 대해 '설문 문항 구성부터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자기보고식 문항 구조가 제도의 문제를 은폐하고 현장의 헌신을 제도에 대한 긍정으로 오인하게 만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상당수 문항이 제도의 구조적 타당성이나 정책의 적절성을 묻기보다 개별 교사와 학교 구성원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며 "제도의 문제점과 별개로 교사는 학생 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을 하기 쉽지 않고 학생들도 자신을 지도하는 교사를 평가하는 문항에 비판적 응답을 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최성보 만족도 문항은 '나(교사)의 보충지도 운영이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 '선생님의 보충지도는 내가(학생이) 과목을 이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제시돼있다. 이들은 "설문 결과 숫자만을 근거로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왜 이러한 결과가 실제 현장의 체감과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 배경에는 어떤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항 자체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건 전교조 정책2국장은 "최성보는 보충 지도 후 학점 이수 처리를 할 뿐 학생이 어떤 수준의 성취에 도달했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며 "'보충지도를 한 학생들은 최종적으로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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