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예상수입액' 법조항 불명확 문제···지원율 상향 목소리도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건강보험 법정 국고지원율을 정부가 지키도록 관련 예산을 늘렸다. 하지만 국민 의료를 책임지는 건강보험 재정이 3년 후 고갈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법에 정해진 지원율을 매번 지키지 않고 있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사 의결했다. 복지위는 건강보험 법정 국고지원율 14%를 지키기 위해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예산을 1조9459억원 늘렸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낸 관련 예산은 지원율 12%에 그쳤는데, 복지위에서 증액한 금액을 더하면 법정 지원율 14%를 지키게 된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은 '국가가 매년 예산 범위에서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것이다.
여당 주도로 복지위가 증액에 나선 것은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확대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데도 복지부 예산안이 법정 지원율에 미달해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 등 시민사회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다만 복지위를 통과한 수정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이번에 복지위가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증액했지만 법정 지원율을 준수하기 위한 근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매번 예산안에서 법정 지원율을 지키지 않았고 기획재정부 관여에 따라 지원율도 해마다 달랐다. 건강보험 재정이 초고령화와 정부 의료개혁 사업 지출로 3년 후 고갈됨에 따라 법정 지원율 준수 필요성도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의료 개혁과 비상진료 대책을 반영한 건강보험 재정전망 추계' 보고서를 보면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3년 후 소진된다.
역대 정부는 건강보험 법정지원율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국고지원 누적 미지급 금액은 2015∼2024년 10년 간 18조4753억원에 달한다. 예상 수입액의 14%는 국고(일반회계)에서, 6%는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정부는 예상 수입액을 실제 수익보다 적게 추정하는 방식으로 법정 비율보다 낮게 지원했다.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당해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다는 단서조항도 지원액 축소로 작용했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결산 기준 국고지원율 산정, 국고지원율 상향, 항구적 법제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산 기준으로 국고지원율 산정은 현재 예상 보험료 수입 대비 국고지원율을 산출하면서 발생하는 국고지원금 변동성을 줄이고 정부 의지에 따른 보험료 수입 과소 추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고지원율 상향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없애고 선진국 수준으로 지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국회에서도 대응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8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액 경우 담배부담금 6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 조항 삭제, 국고지원 일몰 규정 삭제 등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관련 개정안들은 계류 중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건강보험 법정 국고지원율을 항구적으로 지키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건강보험법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한다고 하고 있는데, '상당', '예상 수입액'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정부가 수입액을 과소 추정하는 등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상당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전전년도 수입액 대비 비율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에 진입했지만 정부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국고지원비율을 기존 14%보다 높여 초고령사회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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