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 없어야…상생협력담당관 직제 신설"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가운데 모친 장연미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https://img.tf.co.kr/article/home/2025/10/15/202587121760496094.jpg)
[더팩트 | 김명주 기자]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던 고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사망한 지 약 1년 1개월 만에 MBC가 고인에 공식 사과했다. MBC가 이와 함께 고인에 명예사원증을 수여하며 상생협력담당관 직제 신설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는 기존 기상캐스터 직무 폐지 등을 강조하며 다른 프리랜서의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MBC가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MBC 안형준 사장과 박건식 기획본부장, 박민아 경영본부장,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 김유경 노무사,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인의 어머니가 지난 5일 MBC와 마련한 잠정 합의안에 따라 진행됐다. 합의안에는 고인에 대한 사과와 명예사원증 수여, 재발 방지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 약속을 포함한 MBC와 유족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비롯해 오는 2026년 9월 15일까지 MBC 본사 내 추모 공간 마련, 기존 기상캐스터 직무 폐지 및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로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먼저 안형준 사장과 고인의 어머니는 합의서 서명식을 통해 합의안에 공동 서명했다. 서명을 마친 두 사람은 합의서를 교환했고 이후 안형준 사장은 어머니에게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고인 생각에 오열하며 사원증을 받았다.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가운데 안형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https://img.tf.co.kr/article/home/2025/10/15/202571321760496192.jpg)
안형준 사장은 "먼저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며 "MBC는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공영 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고인의 어머니는 "많은 분의 응원과 염려, 도움 덕분에 단식 28일 만에 끝날 것 같지 않던 MBC와의 교섭이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 투쟁을 시작할 때의 제 마음과 농성을 마친 지금의 마음 두 가지를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가운데 모친 장연미씨 눈물을 닦고있다.](https://img.tf.co.kr/article/home/2025/10/15/202546131760496222.jpg)
그는 "딸은 MBC를 다니고 싶어 했다. MBC에 입사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방송 일을 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날 제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MBC를 향한 분노가 가슴 깊이 남았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곡기를 끊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싸움을 하면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 역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MBC가 발표한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폐지와 기상기후전문가 제도 도입이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보겠다. 무엇보다 제도 도입으로 기존 기상캐스터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교섭을 통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투쟁을 거치면서 얻어낸 결과는 또다시 알맹이가 없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MBC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오늘의 약속을 하나씩 이행해야 한다. 제도 개선의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팩트ㅣ장윤석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가운데 모친 장연미씨가 발언하고 있다.](https://img.tf.co.kr/article/home/2025/10/15/20259731760496160.jpg)
이후에는 MBC 측의 박건식 MBC 기획본부장과 박민아 경영본부장 그리고 유족 측의 김유경 노무사와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기후기상전문가 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박민아 경영본부장은 "앞으로 MBC 뉴스에서 날씨 관련 보도는 기상기후전문가가 맡아서 할 것이다. 지금 형태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기상캐스터들은 계약 기간까지 근무할 것이고 이후의 처우에 대해서는 성실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방민아 경영본부장은 재발 방지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현재 법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근로자에 국한돼 있어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생협력담당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프리랜서들까지 포함해서 고충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한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향년 28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사망 소식은 3개월 뒤인 12월 알려졌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MBC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단순한 지도나 조언을 넘어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발언이 반복됐다"고 고인을 향한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인의 어머니는 지난달 8일부터 고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MBC 사옥 앞에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나 농성 28일 만인 지난 5일 MBC와의 잠정 합의에 따라 농성을 마무리했다.
silkim@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