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맞춰 사라진 '노는 토요일'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정책 변화는 세대마다 다른 학교 풍경을 만들어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두 번 치러지던 해,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던 기억, 토요일 수업이 사라지고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된 시대까지. 한 세대의 특별한 기억은 이제 다시는 경험할 수 없거나 다음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됐다. 수능 전 마지막 연휴인 추석을 맞아 세대별 학교 생활과 교육 제도의 변천사를 되짚어본다.
◆ "저희 때만 수능 두 번 봤어요."
1994학년도 수험생은 수능 첫 세대이자, 수능을 두 번 본 유일한 세대다. 1993년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수능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993년 2월 12일 수능을 8월 20일과 11월 16일 두 차례 실시하는 새 입시제도를 발표한다. 둘 중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1993년까지 대학들은 고등학교 3년 내신 성적과 한 번의 학력고사 성적을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능을 두 차례 치르는 것은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다. 출제의 기본방향 역시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란 이름에 걸맞게 암기력 평가를 지양하고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1995년부터 수능은 다시 연 1회 시행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수능 첫 해 두 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데다 1년에 두 번 시험을 치르는 부담도 컸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첫 수능 세대였던 A씨(1975년 생)는 "부담없이 보라는 담임선생님 말에 1차 시험은 편하게 봤는데 너무 쉽게 나왔고, 2차는 열심히 공부해서 봤는데 어렵게 나왔다"며 "남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수월했던 1차 점수로 대학에 지원했는데 난 2차 점수로 지원한 터라 뭔가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 "국민학교 입학한 초등학교 졸업생"
1995년 입학한 '국민학교 1학년'들은 이듬해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라고 말해야 했다. 1995년 12월 29일 교육법 개정으로 1996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라는 명칭이 공식화하면서다. 시대별로 보면 초등학교 명칭은 소학교(1894년) → 보통학교(1906년) → 국민학교(1941년) 순으로 바뀌었다.
국민학교란 이름은 일제 군국주의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인 1941년 3월 31일 '국민학교령'에 따른 것이다. 조선에서 일본에 충성하는 '국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란 정책적 목적을 담고 있었다. 광복 이후에도 50년 간 행정 편의 등의 이유로 명칭이 유지되던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41년 이전 소학교, 1941년부터 국민학교 명칭을 썼던 일본조차 패전 이후인 1947년 '소학교'로 이름을 되돌렸다.
1995년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B씨(1988년 생)는 "국민학교 교문 앞에서 찍은 어린시절 입학식 사진을 보면 '국민학교' 문패가 '초등학교'로 바뀌었던 때가 생각난다"며 "그땐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진작에 바꿔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 "놀토 헷갈렸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어서"
토요일은 학교에 가지 않던 게 특별하던 때가 있었다. '놀토(노는 토요일)'라 불리던 토요휴업제가 처음 도입됐던 2005년 3월이다. 시행 첫 해에는 매달 넷째주 토요일에만 쉬었다. 이듬해인 2006년부터는 주5일 수업이 매달 둘째, 넷째 주로 확대됐다. 보통은 격주로 쉬지만 어쩌다 다섯번 째 주가 있는 달엔 두 주 연속 학교를 가는 불운도 있었다.
놀토의 시작은 '주5일 근무제'와 맞물린다. 주5일제는 2002년 7월 은행·증권사, 2004년 7월 1000명 이상 사업장, 2005년 7월 모든 관공서와 공기업, 300인 이상 사업장, 군부대에 시행됐다. 주 5일제는 200인 이상 사업장, 100인 이상 사업장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다 2011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대상으로 하면서 완전히 정착한다.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주5일 수업제'가 된 건 2012년부터다. 2011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4년생은 놀토와 토요일 등교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가 됐다. '놀토 과도기'인 2005년~2011년 사이 초등학교를 다녔던 C씨(1999년 생)는 "놀토에 학교에 간 적도 있는데 가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며 "헷갈린 친구들끼리 모여 콩콩이(트램펄린)를 타러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 비대면 수업 위주, 일주일에 한번만 '교실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초·중·고교생 540만 명이 '온라인 개학'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본래 3월이던 개학은 세 차례 연기됐고 이들은 '4월 신학기'를 맞았다.
5월부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등교 수업이 시작됐지만 전체 대면 수업은 이뤄지지 못했고 원격 수업이 병행됐다. 학교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학급별 격주 운영, 학년·학급별 시차 등교, 등교와 원격수업 병행, 오전과 오후를 나누는 2부제 등으로 운영됐다.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하면서 스마트기기 보급률도 크게 높아졌다. 전국 각급 학교에서 전 학년이 매일 등교하는 전면 등교수업이 다시 실시된 건 '위드 코로나' 일상 회복 1단계가 시행된 2021년 11월에 이르러서다.
2019년부터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D씨는 "개학이 계속 미뤄져 수업 시수에 맞춰 짜놨던 수업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이 학교에 올 때면 비대면 수업에 필요한 학습 도구들 챙겨주기 바빴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하면서 접속 지연, 프로그램 작동 오류가 많았던 기억도 난다"며 "그나마 좋은 점을 꼽자면 원격수업에 익숙한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잘 다뤄 에듀테크 수업이 참 수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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