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국고보조율 낮아 지방채 발행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지난 3년간 약 6000억원 채무를 줄인 서울시가 다시 350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표면상 이유는 정부가 주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따른 재정 부담이다. 이번 사업의 시 총예산은 약 5800억원이며, 이 중 약 60%인 3500억원은 지방채로 조달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배경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 분담 구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국고보조율에서 서울시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소비쿠폰 사업은 중앙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한 정책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지원됐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사업비의 90%를 국비로 지원받았으나, 서울시는 유일하게 75%만 국비를 지원받고 나머지 25%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분담했다.
정부는 "서울은 재정 자립도가 높은 도시이며, 여타 지자체보다 자체 재원 조달 능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재정 자립도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차등 지원이 '형평성을 해치는 역차별'이라고 반박한다.

◆서울시 빚은 결국 시민 부담…기재부에도 부당성 지적
지방채 발행은 시민들에게 당장 세금 고지서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잠재적 세금 인상 효과를 낳는다. 빚은 결국 갚아야 하고, 상환 재원은 예산을 통해 확보된다. 미래의 복지 예산이나 인프라 투자, 청년 정책 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민 입장에서는 ‘소비쿠폰으로 받는 혜택과, 빚으로 짊어질 부담’이 동시에 주어진 셈이다. 쿠폰으로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누릴 수 있지만, 재정적 여파는 앞으로 수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에 예산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꾸준히 반복돼왔다. 특히 보조금 사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지방비 분담률을 지정하는 구조는 재정 자율성을 제약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운영에 예측 불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비교적 재정 자립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울도 이미 고령화, 인프라 노후화, 주거 취약계층 문제 등 복합적 재정 수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놓고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를 직접 찾아 국비 보조사업 ‘차등보조율 적용 제도’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당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서울시는 경기도와 동일한 생활권에 있고, 인구·경제 규모·재정 여건 모두 유사함에도 유일하게 차등보조율이 적용돼 매년 약 3조 1700억 원의 추가 재정 부담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가 산정한 ‘2025년 지자체 재정력지수’에 따르면 서울(1.032)과 경기도(1.180)는 비슷한 수준으로, 두 곳 모두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로 분류된다. 반면, 같은 소비쿠폰 사업에서 경기도는 국비 보조율 90%를 적용받았지만, 서울은 75%만 지원받아 3500억 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오 시장은 "지하철 노후시설 개선, 장기전세주택 공급, 안정적 주택 공급 확대 등 대도시 기능 유지를 위한 국고보조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지방재정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자치구도 "재정부담 위기" 목소리
함께 재정부담을 져야할 자치구도 서울시 입장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서울시·자치구 지방 재정 공동 선언'의 배경이다.
오세훈 시장과 구청장협의회는 이 선언에서 "지방정부는 정책 협의권 없이 비용만 분담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서울만 국고보조율이 낮은 역차별적 구조를 지적했다. 선언 이후 열린 지방재정 포럼에서는 지방세 중심의 재정 체계 전환, 국세의 지방세 이양 등 제도적 개선책도 제시됐다.
최근 서울도서관 정면에는 '청년에게 되돌아올 빚의 파도, 서울시가 막고 있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리는 등 대 시민 여론전에도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그동안 알뜰살뜰하게 예산을 운영하며 지방채를 줄여왔다"면서도 "그러나 중앙정부의 차등보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타 지역보다 높은 소비쿠폰 비율 등으로 지방채가 늘어나면 재정건전성도 흔들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 추진이 위축되고, 결국 그 피해는 서울시민에게 돌아온다"며 "앞으로도 정부에 차등보조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인 재정 분담을 요구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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