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10년 넘게 서울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파주 물류센터로 전보 발령한 것은 생활상 불이익이 커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A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사는 2023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서울 마포구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직원 4명을 경기 파주 소재 북부센터로 전보 발령했다. 이 중 3명은 서울 사무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2022년 1월경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장소를 'A 사 지정 사무실'로 하고 '협회의 순환보직 정책에 동의'한다고 기재됐다. A 사는 2023년 7월 1일부터 40㎞ 이상의 지역으로 전보된 직원들에게 월 20만원의 순환보직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출퇴근 시간 증가 등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인용했고, A 사가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A 사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사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순환보직 정책을 운영하고 있고, 참가인들의 통근시간이 일부 증가하지만 순환보직비로 교통비를 보전해줘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보에 앞서 조직개편 내용을 설명하면서 참가인들에게 의견 개진 기회도 충분히 부여하는 등 신의칙상 협의 절차도 준수했다"며 전보가 정당하다고 맞섰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의 전보는 업무상 필요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반면 생활상 불이익이 크므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서의 '순환보직'은 근무지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보직 또는 부서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고는 서울사무소 직원의 근무지역을 '서울', 북부센터 직원의 근무지역을 '파주'로 명시해 채용공고를 하는 등 서울사무소 근로자들의 근무지 변경을 초래하는 인사발령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시했다.
직원 2명이 재난현장 대응 등 업무를 담당하다 전보 이후 구호물품의 상하차·출고 등 물류 관련 업무도 담당하게 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물류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1종 대형면허나 지게차 면허가 필수적인데 참가인들은 면허가 없어 직접 물품 출고 등을 하지 못하고, 다른 면허 소지 직원에게 부탁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직원들의 교통비용 부담도 늘었다. 직원 2명은 재난 발생 시 1시간 안에 출근해야 하는데 근무지가 변경돼 업무수행상 어려움이 가중됐고, 다른 직원은 출퇴근 과정에서 차량 렌탈 비용을 별도로 지불했다. 나머지 직원 1명은 출퇴근 거리가 2배로 증가했다.
재판부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장기간 근무하던 근무환경이 갑작스럽게 변경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보로 참가인들이 입은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가 적지 않다"고 했다.
또 "원고는 참가인들의 불이익에 아무런 보전을 하려 하지 않다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이후인 2023년 12월 경에서야 순환보직비를 신설해 월 20만원의 순환보직비를 지급했는데, 이것만으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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