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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란 걸 느껴요"…치매 엄마 돌보는 아들의 버팀목
힘든 시민에게 위로 '외로움 없는 서울'
외로움 안녕 120, 1만 2000건 상담 넘어


외로움안녕 120 포스터./서울시
외로움안녕 120 포스터./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그냥 누가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많이 힘드셨죠. 충분히 잘해내고 계세요."

50대 남성 김 모 씨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돌보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돌봄과 경제적 부담은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힘든 것은 가족이나 친구와 속내를 나눌 대상이 없다는 깊은 외로움이다. 그에게 '외로움 안녕 120'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창구이자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김 씨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내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외로움 안녕 120은 서울시의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의 일환인 심리·정서 지원 상담 서비스로, 365일 24시간 서울시민을 위한 전국 최초 외로움 예방 전문 콜센터다. 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1만 20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매달 약 3000건의 상담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매일 외로움 안녕 120 상담센터에는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10대는 학교 생활과 왕따 문제, 20대는 취업 고민과 직장 내 괴롭힘, 30대는 연인과 이별과 직장 내 갈등을 호소한다. 중장년층은 명예퇴직과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노년층은 대화할 상대가 없어 깊은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A 씨는 중년의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로, 15년간 병마와 싸워오다 최근 증상이 악화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외로움 안녕 120 개소 소식을 듣고 4월 초 첫 전화를 걸었고, 약 3개월 간 3~4차례 상담사들과 꾸준히 통화하며 감정과 고민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그는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최근 재취업에 성공해 사회 활동을 재개했다.

센터 상담사 강 모 씨는 "외로움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왜 내가 외로울까'라며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작은 위로라도 본인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마음편의점'은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고, 주민 간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 고립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공간이다./정소양 기자
'서울마음편의점'은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고, 주민 간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 고립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공간이다./정소양 기자

◆외로움 없는 서울…'365 서울챌린지', '서울마음편의점' 순항

지난달 1일 출범한 외로움 예방 활동 프로그램 '365 서울챌린지' 역시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야외도서관에서 독서하기 △1인 가구 지원센터 이용하기 △한강 해치카 탑승 △7979 서울 러닝크루 참석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구성됐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올해 3분기(7∼9월) 1기 챌린지에서 총 5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가 1만 7000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입자 연령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고르게 분포됐으나, 특히 30~50대가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서울마음편의점'은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고, 주민 간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 고립을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공간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1인 가구로 인해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 시민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도록 편안하게 드나들며 속마음을 나누고, 필요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이날 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서울마음편의점(4곳)을 이용한 누적 시민은 총 1만 4639명이다. 65세 이상이 67.4%로 가장 많고, 중장년층 24.7%, 청년층 4.8%가 뒤를 이었다. 현재 관악, 강북, 도봉, 동대문 4개 지역에서 지난 3월 말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5월 "마음이 힘든 누구나 찾아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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