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끊길 때까지 지킬 것"…일부 바리케이드 너머 욕설도

[더팩트┃강주영·정인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일대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혼란스러웠다. 이들은 폭염에도 거리에 나와 "영장 기각"을 외쳤다. 곳곳에서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크고 작은 승강이도 벌어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 태세를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이날 오후 2시15분 전부터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삼거리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정곡빌딩 앞에 속속 집결했다. 지지자들은 오후 2시께 600여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 무대를 설치하고 '탄핵 무효'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부는 무대에 올라선 남성의 "대통령" 선창에 "대통령"을 따라 외쳤다.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치는 이들도 보였다.
'윤 어게인'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우리의 진짜 대통령이 돌아올 시간'을 의미하는 '타임 투 브링 아워 리얼 프레지던트 백(TIME TO BRING OUR REAL PRESIDENT BACK)'이라고 적힌 빨간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교대역 10번 출구 일대에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 20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윤석열 즉각복귀. 계엄합법 탄핵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애국가를 따라부르며, "영장 기각"을 연호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 36도의 폭염에 집회 참가자들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냉감 토시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윤석열 영장 기각', '이재명 구속' 등이 적힌 손팻말을 부채 삼아 흔들었다. 인근 은행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이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천막을 설치하고 물과 컵라면, 과자 등 간식과 소금을 준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거푸 얼음물을 들이켰다. 경찰에 따르면 오후 3시께 한 지지자는 온열질환으로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부 김소연(47) 씨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며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해서 부정선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깨우쳐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효정(29) 씨도 "비상계엄이 내란으로 치부되는 게 억울하다"며 "덥고 내 살이 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연차를 내고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이들은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대열을 정비했다. 취업준비생 임지은(23) 씨는 "날씨가 무덥다고 해 미리 얼음물 2~3개와 앉을 수 있는 매트를 준비해왔다"며 "(영장 발부 여부가) 밤이나 다음날 새벽께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건너편에는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을 촉구하는 유튜버 '정치한잔'과 시민 30여명도 모였다. '감빵 윤 어게인'이라고 적힌 사다리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 사형', '내란수괴 김건희 구속' 등이 적힌 깃발을 들었다.
이들은 '선동은 그만. 실력으로 보여주자'라고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휴대용 선풍기와 선글라스, 밀짚모자, 양산 등으로 더위를 피했다. 김석철(51) 씨는 "어제부터 철야농성을 하면서 밤새도록 준비했다"며 "윤석열 구속 이후 김건희 등 나머지 내란 세력이 모두 재판받으러 올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한 60대 여성은 바리케이드 너머 모인 시민들을 향해 욕설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구속심사 절차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서울중앙지법 일대에 45개 부대 경력 2700여명과 안전펜스 등 차단 장비 350여점을 배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첫 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불법폭력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께 나올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린다.
앞서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례 대면 조사를 마친 후 지난 6일 66쪽 분량의 구속영장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청구서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 △국무위원의 심의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비화폰 기록 삭제 △계엄 관련 허위 공보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외환죄 혐의는 이번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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