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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에 막말한 성희롱 피해자 정직…법원 "부당 징계"
한 종교재단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직원에게 내린 2개월 정직 처분은 부당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한 종교재단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직원에게 내린 2개월 정직 처분은 부당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 | 김해인 기자] 한 종교재단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은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A 종교 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재단법인 재무과 직원 B 씨는 지난 2016년 입사한 뒤 당시 이사장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으며 같은해 9월 휴직해 한동안 근무를 하지 못했다. A 재단은 2017년 B 씨에게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를 통보했다. B 씨는 2018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2019년 4월부터 다시 출근했다.

그러나 A 재단은 B 씨를 본래 업무가 아닌 문화기념관의 방문객 응대, 관리 및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로 배치했다. 업무용 컴퓨터를 지급하지 않고 사무국 출입 권한도 주지 않았다.

B 씨는 2022년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라며 차별시정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같은해 12월 재단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후 A 재단은 2023년 11월 B 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B씨가 기획실장에게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라"라고 폭언을 하고, 이른 시간에 출근해 출입문을 개방하고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켰다는 이유다. 또 지문인식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폭염일 때 문화기념관 앞에 호스로 물을 뿌렸다는 등 사유를 들었다.

B 씨는 부당 정직 구체 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 모두 해당 징계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A 재단은 "B 씨는 근로자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며 "이미 징계전력이 있고 징계 사유 외에도 다수의 근무규칙을 위반한 점을 고려할 때 징계양정이 적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피해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명령에 반하는 업무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B 씨의 징계사유 중 기획실장에게 '할아버지'라고 칭하며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라' 등 발언을 한 것은 직장 내 위계질서를 저해하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봤다. 다만 나머지 징계사유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는 직장 내 성희롱과 A 재단의 부적절한 대처, 차별적 처우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업무를 보는 등 나름대로 성실하게 근무하려고 노력하다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조퇴를 하거나 잠시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기획실장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긴 했으나, 직장 내 성희롱 이후 근로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 기획실장에게 폭언을 듣자 순간 해당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위행위의 내용과 정도, 경위, 과거 징계전력이 비춰보면 이 사건 정직은 원고의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정직이 부당하다고 본 재심판정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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