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증거신청은 기각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법원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신청한 윤석열 전 대통령 증인 채텍을 보류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고법 형사4-1부( 지영난 권혁중 황진구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 대령의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으나 박 대령은 이날 군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는 "국방부 장관과 사령관의 명령 배경을 확인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은 장관과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보류 명령을 내렸는지, 중단 명령을 내렸는지 가리는 것이고 그 명령 자체가 적법한지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증인신문 필요성 여부는 추후 판단하기로 하고 증거신청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박 대령 변호인단은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박 대령이 수거 대상으로 기재돼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박 대령 측 증거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재 자체가 대통령 격노 여부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호종 참모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달 13일 정식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내달 27일과 7월 11일에 이어지는 2차·3차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세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군인권센터와 박 대령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한 사람의 격노로 시작됐다"며 "장막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세상에 꺼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병주·부승찬·박주민 민주당 의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고 채수근 상병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속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은 그해 10월 사건 조사 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지시에 항명했다는 혐의로 박 대령을 기소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월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병대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 이첩을 막을 권한이 없고, 이 전 장관의 지시는 의도 등에 비춰 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놓고는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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