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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침하 안전지도 안 보여주는 서울시…의구심만 눈덩이
서울시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 초래"
미국, 일본, 영국 등 지반 침하 정보 제공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5일 오전 현장이 통제돼 있다. /이새롬 기자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5일 오전 현장이 통제돼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지난달 24일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지반 침하 안전 지도를 공개하지 않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시는 내부 관리용 자료로서 공개하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를 내놨다. 다만 해외에서는 시민 안전을 우선으로 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가 의구심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고지점 도로 통행이 재개된다. 이에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땅꺼짐 사고 이후 9일 만에 사고 지점 인근에서 또다시 소규모 땅꺼짐이 발생하면서, 시가 완성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우선정비구역도)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지난해 말 지반 조건·지하 시설물·침하 이력 등을 종합 평가한 지반 침하 안전 지도를 마련했다. 시내 181개 도로의 지반 조건과 지하 상황을 종합해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해둔 자료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땅꺼짐 발생 후 예방차원에서 마련됐으나, 현재는 자치구 및 공사 관계자 등에만 공유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점 역시 싱크홀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같은 이동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예방차원에서 마련된 자료인 만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보공개센터 등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수노동자들에게는 도로가 일터"라며 "생명과 안전을 위해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시장이나 기관장이 공간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35조 및 서울시 공간정보 보안 업무 처리규칙 제 6조에 근거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리를 위한 등급 구분에는 다양한 항목이 반영돼 있어, 공개할 때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거나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라며 "우선정비구역도는 지하시설물 정보가 포함돼 있어 전력, 통신, 가스 등은 공개 제한에 해당해 비공개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는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는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싱크홀 관련 징후나 민원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서울시를 상대로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인지 기자

정보공개센터 측은 7일 시에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보공개청구의 공개결정은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데 서울시가 제시하는 자치법규 조항에는 비공개 근거가 부재하다"라며 "지반침하는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일반 시민들이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보가 공개돼 얻는 이익이 비공개할 경우보다 더 크다"라고 밝혔다.

해외 여러 선진국들은 이같은 싱크홀 사고에 대비해 정보 공개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싱크홀에 대비해 지반함몰 지도를 제공하고, 지질조사에 따른 지반함몰 발생 확률을 관리 중이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싱크홀 발생이 잦은 주에서는 주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위험도 지도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 및 영국 지질조사소(BGS)는 지반 이동 위험도 지도를 제공해, 싱크홀 가능성뿐 아니라 지반 침하, 팽창성 점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하 개발 및 노후 인프라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지반 침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시각화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누구든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하루 12시간 도로 위를 달리는 라이더들은 도로가 갑자기 땅 밑으로 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갖고 일해야 한다"라며 "지하공간 위험정보를 공개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시의 지반침하 안전지도 비공개 방침 배경을 두고 의구심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시의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살펴봤더니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지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지도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고, 지도가 공개됐을 경우 시의 후진 행정이 드러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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