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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장원 "헌재 결정문, 정말 교과서적…제자리로 돌아가겠다"
'정치인 체포 지시' 증언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윤석열 파면, 모두 일상 돌아갈 계기…8대0 의미 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측 변호인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측 변호인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탄핵심판 증인들 중 유일하게 두 차례 출석해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을 폭로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파면한 데는 그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2·3 비상계엄' 당일 밤 10시 53분, 홍 전 차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인은 윤 전 대통령. 그는 홍 전 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홍장원 메모(정치인 체포명단)'도 그날 작성됐다.

114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만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상세히 적혀있다.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하여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하였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하였다.'

헌법재판관들은 윤 전 대통령 측이 그토록 무너뜨리려 했던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이다.

"탄핵 결정으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홍 전 차장은 지난 5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탄핵심판 선고 뒤 심정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홍 전 차장은 "특히 (인용 대 기각·각하 비율이) 8대0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같은 인용이었어도 6대2 같은 결과였다면 또 여러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잘 됐다'고 단정하기엔 그동안 과정에서 여러 관계 자체가 복잡했다"라며 "비가 오는 오늘처럼 살짝 우울한 기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이번 탄핵심판을 "헌재가 축구 경기의 심판처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충돌할 때 공정하게 중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라며 "헌재의 역할을 크게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홍 전 차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고 한다. 그는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이번 결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윤 전 대통령 측이 절차상·법리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헌재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헌재도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절차와 법리를 빈틈없이 검토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헌재의 결정문이 "정말 교과서적이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환기하는 명문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남동 관저 앞에도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일부 남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조차도 '내 생각이 틀렸나',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라고 생각을 바꾸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헌재의 결정에 대해 전광훈 목사 같은 일부는 반발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건 선동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홍장원 1차장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홍장원 1차장은 "체포 대상자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라고 밝혔다. 2024.12.06. /뉴시스

그는 지난해 12월 6월 국정원에서 퇴직했다. 1964년생으로 환갑을 넘긴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후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거쳐 국정원에서 30여 년을 '블랙요원'으로 활동했다.

홍 전 차장은 이후 계획을 묻자 "40년 넘게 달려온 인생이었다. 이제 한숨 돌리는 시간을 한번 가져봐야겠다. 다른 욕심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정치는 전혀 생각 없다"고 단호히 잘라말했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멀리서 볼 땐 괜찮아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별 거 아닌 게 사람"이라며 "지금도 우리 집사람에게 매일 혼난다"며 웃음 지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국민들이) 과도하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저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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