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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에는 '종'이 없다…'동물판 CSI'가 부르는 진혼곡
지난해 9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수의법의검사' 도입
사인 규명해 학대 등 동물 대상 범죄 수사자료 제공


이현호 동물위생시험호 주무관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검사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현호 동물위생시험호 주무관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검사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동물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역할 아닐까요."

노창식 서울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장과 이현호 서울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물판 CSI(범죄현장수사대)'로 불리는 '수의법의검사'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명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가족 같은 동물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 않도록 도입됐다. 지난해 4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학대 피해 의심 동물 부검, 중독물질·감염병 검사 등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수의법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수의법의검사는 경찰로부터 학대 등이 의심되는 동물 폐사 사건을 의뢰받아 진행된다. 연구원은 사체 부검을 비롯해 △영상진단(X-ray 등) △조직검사 △전염병(세균, 바이러스 등)·기생충·약독물 등 검사 내역과 소견이 포함된 '병성감정결과서'를 제공, 동물 학대 범죄 수사에 주요한 자료를 관할 자치구 동물보호업무부서와 경찰에 제공하게 된다.

연구원은 수의법의검사 도입을 위해 지난 2023년 동물 부검을 위한 부검실·병리조직 검사실을 구축하는 등 준비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건국대학교 동물병원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동물 폐사체 영상진단 체계를 마련, 시스템을 구축 완료하고 본격 운영 중이다.

노창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노창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연구원에 따르면 수의법의검사 도입 이후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검사 의뢰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노창식 소장은 "지난해 9월 30일 첫 케이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7개월 정도 운영됐다"며 "지난해 4건, 올해 7건의 의뢰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사인은 크게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의 감염 또는 그 밖의 기저 질환에 따른 손상, 중독 등에 따른 외인사로 분류된다. 노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4건의 의뢰 중 2건이 '외인사'로 결론 났다. 올해는 내인사가 3건 외인사가 2건, 미상 2건이었다.

이들은 수의법의검사를 통해 동물들의 '억울한 죽음'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현호 주무관은 "지난해 수의법의 검사 도입 이후 첫 케이스는 고양이 머리만 들어온 사체였다"며 "고양이 머리가 죽기 전에 잘렸는지, 죽고 나서 잘렸는지가 쟁점이었는데, 머리 상처로 죽기 전 '외력에 의한 두부 손상'으로 판단해, 병성감정결과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올해도 고양이 머리만 들어온 부분사체 건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번엔 두부(머리)가 잘린 것이 사후로 판단되면서 '미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며 "올해 백골상태 두개골 관련 1건도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 두개골에 금이 가 있어 학대 의심이 됐지만, 부검 결과 이는 정상적인 것으로 일단 이 동물의 죽음을 파헤치기에는 시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원인 미상으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특히, 죽음의 원인을 밝혀 범죄자가 처벌되도록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무고한 사람이 처벌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

올해는 두 번째 케이스로 25kg 진돗개 한 마리 사체가 들어왔다. 조경 농장에서 묶어 키우던 개인데, 밤 사이 죽은 채 발견한 주인이 의뢰를 한 사건"이었다.

이 주무관은 "신고자와 평소 사이가 안좋은 사람이 있었고, 특히 진돗개를 미워해 특정인을 의심하던 상황이었다"며 "부검을 진행해보니 결과는 의외로 '질병사'인 내인사로 판명이 났다. 심장사상충과 유의확장염전증 두 가지가 같이 발생했고, 이는 급사할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된다. 무고한 시민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없앨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현호 동물위생시험호 주무관(왼쪽)과 노창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현호 동물위생시험호 주무관(왼쪽)과 노창식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들에게 중대한 덕목은 '냉정함'이다. 그는 "나의 판단에 따라 죄의 유무가 결정될 수 있다"며 "동물의 죽음의 원인을 밝여야 하니 냉정해야 한다. 과거 사례 등을 공부하며 가장 맞는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꼼꼼함'도 중요하다. 노 소장은 "부검을 하다보면 신고자의 신고 내용, 경찰 조사 등으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그것에 몰입하면 다른 것을 놓칠수 있다. 이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꼼꼼히 살펴보며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수의법의검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생겨난 학문인 만큼 예산과 새로운 기술 등 일하는 사람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노 소장은 "우리나라 수의법의학 검사 주관 기관인 검역본부는 수의법의학 검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2명 정도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며 "서울시는 아직 그런 기회가 없다. 국내엔 아직 '수의법의학회'도 없는 상황이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열심히 배워야 한다"며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만큼 이를 토대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검역본부와 서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수의병리 전공자들이 '수의법의검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공 과목도 생기고 전공 학생들도 생겨서 전문 인력이 양성되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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