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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려니 '찜찜' 두고가려니 '불편'…여행객 보조배터리 딜레마
"탑승 전부터 불안…비행 중에도 편히 못 쉬어"
전문가들 "기내 반입 시 눈에 보이는 곳에 둬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지난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 선반에서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뉴시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지난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 선반에서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뉴시스

[더팩트ㅣ이다빈·정인지·송호영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한 달여 만에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당시 기내 선반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면서 기내 반입 규정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휴대전화 등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와트(Wh) 이하인 경우이거나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일 경우 위탁하거나 기내로 휴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초과 160Wh 이하인 경우나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8g 이하인 경우에도 기내 휴대가 가능하지만 항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조배터리 등 리튬배터리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된다. 항공 위험물은 폭발성과 독성, 부식성, 인화성 가스 혹은 증기를 방출할 가능성이 있어 사람이나 항공기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 또는 물품을 뜻한다. 위험성이 적은 항공 위험물의 경우 소량에 한해 기내 휴대하거나 위탁 수하물로 보낼 수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메탈배터리는 점화성 내지는 압력이 가해졌을 때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며 "한 번 불이 나면 특성상 불을 끄기도 힘들다. 소량은 불이 나도 관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용량이 160Wh 이상이면 폭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설 연휴 중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에어부산 사고로 조기 귀국했다는 김모(26) 씨는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 귀국 비행기를 탔다. 탑승 전부터 매우 불안했고, 비행 시에도 편히 쉴 수 없었다"며 "보조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 알게 됐다. 이륙 전 보조배터리 관련 기내 방송이 있었기 때문에 손에 들고 있거나 무릎 위 보이는 곳에 두고 이전보다 신경써서 관리했다"고 전했다.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김해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날 오전 사고 수습을 위해 김해공항 사고 현장에 방문했다./부산시.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가김해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날 오전 사고 수습을 위해 김해공항 사고 현장에 방문했다./부산시.

문제는 보조배터리가 해외여행 시 필수품이라 발화 가능성을 알면서도 두고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직장인 최모(27) 씨는 "국내라면 보조배터리를 가져가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겠으나 해외라면 불안해도 보조배터리를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현재근(24) 씨는 "되도록 여행에 보조배터리를 가져가지 않는 쪽으로 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이런 사고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보조배터리 자체를 위험하게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를 기내 반입한다면 눈에 보이는 곳에 놓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지금처럼 승객 좌석 위에 있는 선반에 집어넣으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발견이 늦어지거나 크게 번질 수 있다"며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를 계기로 항공사와 국토교통부에서 (배터리를) 좌석 아래나 앞 좌석 뒤에 있는 포켓 등에 두는 등 용량이나 보관 위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내 반입 품목 안내도 잘 되고 있고 승객들에게 배터리를 분리해 눈에 보이는 위치에 놓아 달라고 기내 방송도 하지만 배터리의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조사에서 여객기 반입 가능 여부를 표시한 배터리를 제작하거나 실제적 압력 검증을 하는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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