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와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는 권리 모임 등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tf.co.kr/article/home/newsis/2025/01/23/20251044173814926200.jpg)
[더팩트ㅣ황지향·정인지 기자] "아이가 아버지인 제 성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제가 바라고 교육한 스타일과는 반대되는 고정관념입니다. 친부 동의서가 필요할 수 있어 제출하지만 언젠가는 동의서 없이도 스스로 성본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남성 호주 아래 귀속되는 호주제가 지난 2008년 폐지됐는데도 여전히 어머니 성으로의 변경은 쉽지 않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물론이고, 법원에 성본 변경 허가를 청구해야 하는 등 사회적 제약도 여전해 '부성 우선주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은 지난 2023년 4월 김준영(당시 36세) 씨가 제기한 성본 변경 청구 결과 "성을 '김'으로, 본을 '의성'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김 씨는 36년 만에 자신의 성을 어머니의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김 씨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로 한 것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위험을 알게 되면서다.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을 하는 주체가 아이에게 성을 물려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주변의 시선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굳이 왜 그래야 하냐', '힘든 길을 걷지 마라' 등 염려가 쏟아졌다. 법원에서도 성본 변경 청구는 이혼이나 미혼모 가정에 한정돼 인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60장에 달하는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김 씨 아버지도 자식의 의견을 존중했다. "큰딸의 성을 아버지 성에서 어머니 성으로 변경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본 변경 청구 동의서도 써줬다.
결국 법원은 김 씨 성본 변경을 허가했다. 이례적으로 성인이 성평등 등을 이유로 성본 변경을 요구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 씨는 "제가 아이를 가질지, 그 아이가 누구의 성을 쓸지 지금은 모르는 상황이지만, 나부터 엄마 성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태어날 아이들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 호주 아래 귀속되는 호주제가 지난 2008년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어머니 성(姓)으로의 변경은 쉽지 않다. 사진은 지난 2022년 7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이동률 기자](https://img.tf.co.kr/article/home/2025/01/23/20253722173814926210.jpg)
◆ 국민 73% 동의한다는데 공감대 부족하다는 정부
민법은 여전히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의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민법 제781조 1항에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하고 싶다면 김 씨처럼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성본 변경을 원하는 이들은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21년 4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서 "부성 우선주의는 차별적인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며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을 부모가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응답자의 73.1%가 찬성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논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 합의가 이뤄진 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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