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옹호에 尹 주장 되풀이 내용 권고안 상정
인권위 내부 "내란세력 주장 복사·붙여넣기 수준"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에는 '계엄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남용이 국헌문란',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잘못된 것',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라' 등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내란 세력의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오는 13일 열리는 새해 첫 전원위원회에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 상정됐다. 이번 안건은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이 지난 9일 공동 제출했고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결재를 받았다.
안건에는 '국회는 극히 비정상적인 형태로 탄핵소추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야당의 의석 숫자를 무기 삼아 정당한 사유 없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남용해온 것은 국헌문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을 향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철회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도록 할 것', '향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남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계엄 선포 관련 다수 형사소송 진행을 고려해 심판 절차의 정지를 검토할 것', '훈시 규정인 180일의 심판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이라고 권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중앙지역군사법원장 등을 상대로는 '무죄추정 원칙에 기초한 불구속 재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검찰총장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국가수사본부장, 국방부 조사본부장, 국방부 검찰단장에게는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 등은 안건을 제출한 배경을 두고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국방부 장관이나 군 지휘관, 경찰청장 등이 그러한 대통령의 결심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부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구나 계엄이 선포되고 지속된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없고 기물 파손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이며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없다"며 "그렇다면 계엄 선포에 관해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비록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위반을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에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안건을 두고 인권위 안팎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가 사실상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영장 등 사법부의 고유 권한과 관련한 권고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미온적이었던 것과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앞서 안 위원장은 계엄 이후 8일 만에 '맹탕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 안건이 전원위에 상정됐지만 기각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성명을 내고 "인권위원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5명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조속한 극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내란 동조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36개 인권·시민단체 연대체인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도 성명을 내고 "해당 안건은 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한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인식도 보이지 않는다"며 "인권위는 비상계엄에 동조하는 안건 상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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