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오세훈 "계엄 철회, 탄핵 불가피"
'한국판 CES' 첫선 스마트라이프위크 성공적 개최
[더팩트ㅣ정소양·설상미 기자] 서울시에게 2024년은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서울시는 올해 그린벨트 해제, 한강버스, '장기전세주택Ⅱ', 스마트라이프위크(SLW) 등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추진했다.
한편으로는 남산 곤돌라 추진이 중단되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으며,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등에 따른 논란도 있었다.
<더팩트>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시 안팎을 달군 서울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연말 뒤흔든 비상계엄…오세훈 "계엄 철회·탄핵·민생"
연말 커다란 국민적 충격을 안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여당 유력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속히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시간 만에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 중 가장 빠른 입장 표명이었다. 해외출장을 전격 취소하고 긴급 간부회의를 직접 소집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한차례 바뀌었다. 애초 "탄핵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책임총리제 도입을 주장했으나 '체포조' 운영 등 계엄 가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탄핵 소추안 가결 뒤에는 당의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수사에 당당히 임할 것을 강조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헌법재판관 임명에 협조해야 한다는 등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계엄쇼크' 최소화에도 나섰다.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장기전세주택2'로 저출생 극복까지
11월 5일,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 지구(2만 호)가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된 건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했던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다만 환경 훼손을 줄이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최소화했다. 송파·강동 등 서울 내 여러 개발제한구역이 있지만, 그 중 서초 서리풀지구를 선정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리풀지구는 이미 훼손돼 개발제한구역으로 보존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해제 면적을 최소화하고 토지 이용 효율성을 극대화해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 서리풀은 철도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을 구축하고, 신분당선 추가역 신설 검토 등 환승 체계 및 도로망 연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는 서리풀지구에 공급되는 2만 세대 중 주택의 55%에 해당하는 1만1000호를 '장기전세주택Ⅱ(SHift2)'를 공급해 젊은층·신혼부부 등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육아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저출생 극복도 함께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Ⅱ'는 지난 5월 저출생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정책이다.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시세 대비 최대 20%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게끔 마련한 제도로, 오세훈표 주택정책 대표 브랜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의 두 번째 버전이다.
출산 또는 결혼을 계획 중인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해 내 집 마련 기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특장점이 있다. 입주 이후 자녀 한 명만 출산하더라도 소득·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재계약(2년 단위) 할 수 있다. 입주 이후 자녀가 늘어나 세대원 수가 증가한 가구는 입주 후 최장 20년까지 거주기간이 연장되며, 시세보다 저렴한 매수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자격 요건은 혼인신고 한 날로부터 7년 이내 신혼부부 또는 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이면서 부부 모두 공고일 기준 5년 이내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한강 수상교통 시대 개막…'한강버스' 공개
지난 11월 25일, 서울 한강을 가로지를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가 경남 사천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한강에 도입되는 8척의 선박 중 먼저 작업이 완료된 '101호(가람)'와 '102호(누리)' 등 2척이 공개됐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국 런던에서 템스강을 오가는 '리버버스'에 탑승한 뒤 한강에도 수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선박 건조가 완료된 것이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잠원·옥수·뚝섬·잠실 7개 선착장을 출퇴근 시간대에는 15분 간격, 그 외 시간대엔 30분 간격으로 평일 하루 68회 상·하행 편도로 운항한다. 탑승 가능 인원은 199명이다. 평균속력은 17노트(31.5㎞/h), 최대속력은 20노트(37㎞/h)다. 편도 이용요금은 3000원이며, 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로 횟수 제한 없이 탈 수 있다.
시는 내년 3월 한강버스 도입을 목표로, 한강 인도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선박·설비 검증, 인력 훈련, 항로 검증, 비상 대응 훈령 등 시범운항을 실시해 정식 운항 전까지 안전성과 편의성을 충분히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박 난 기후동행카드…수도권으로 확대
올해 1월 27일 출시된 '기후동행카드'는 많은 시민에게 사랑을 받으며 서울시 '대박 정책'으로 거듭났다.
기후동행카드는 6만 원대 금액으로 한 달 동안 서울 권역 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따릉이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신용·체크카드 기능이 결합한 '후불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12월 현재까지 월 기준 70만여 명이 꾸준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난 3일~9일간 진행된 '올 한 해 가장 사랑받은 서울시 정책'에서 6만9821표(12.49%)를 얻어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출시 1년 만에 8개 지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3월 김포시, 8월 남양주시·구리시, 9월 인천공항역 하차서비스 게시에 이어 지난달 30일부터는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이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혔다. 향후 기후동행카드 이용범위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3만 명 다녀간 스마트라이프위크…'한국판 CES' 첫 선
'한국판 CES'를 내건 체험형 종합 ICT 박람회 스마트라이프위크(SLW)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0월 10~12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SLW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판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표방하며 추진한 글로벌 테크 전시회로 올해 처음 개최됐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만1000여 명이 다녀가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국내외 ICT 박람회가 기술을 전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SLW는 전시의 중심을 사람에 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72개국 115개 도시, 134명의 연사가 참여했으며,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이 참여했다.
시 측은 내년 SLW의 전시공간을 2배로 늘리고, 3년 안에 CES 수준까지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4명 사상' 시청역 역주행 사고…서울시 공무원 희생에 '침통'
올해 서울에서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다. 지난 7월 1일 오후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인도와 횡단보도 등에 있던 9명이 숨을 거뒀고 5명이 다쳤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서울시 공무원 2명도 희생돼 시는 침통함에 빠졌다. 오세훈 시장은 사고 보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가 수습을 지휘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운전자 차모(68) 씨는 여전히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시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방호울타리 설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차량 충돌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강화된 보도용 차량방호울타리(SB1 등급 이상)를 보행자 사고우려구간에 확대 설치한다. 공개 모집을 통해 안전성을 갖추고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제품을 내년 4월 선정해 정비 대상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법원서 가로막힌 남산 곤돌라…공사 중단
서울시가 이용객 편의 증대와 장애인 이용권 보장, 남산 생태계 보호 등을 이유로 야심 차게 추진했던 남산 곤돌라 사업은 암초를 만났다.
당초 서울시는 11월 말 본공사에 착수해 2026년 봄부터는 명동과 충무로 쪽에서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5분 안에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는 이미 곤돌라 사업 추진을 위해 이회영기념관까지 철거하고 착공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시의 곤돌라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8월 서울행정법원에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 10월 30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시는 이에 불복해 곧바로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현재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대로 사업이 무산될 경우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 손실은 물론 시민들이 겪게 될 피해, 그리고 예장공원의 활용 등 여러 문제가 겹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5년 만에 TBS 지원 조례 폐지
서울시가 지난 6월부터 TBS에 지원하던 출연금(연간 약 300억 원·TBS 재정의 70%) 지급이 전면 중단했다.
1990년 개국한 TBS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20년부터 '미디어재단 티비에스'로 서울시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편파 방송 시비에 휘말리면서, 2022년 7월 시의회는 개원 직후 TBS 세금 지원 중단 조례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 서울시의회는 TBS 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했다.
예산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 왔던 TBS는 이로써 완전히 서울시와 분리됐다. 인기 속에 규모를 키워온 TBS는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경영 악화에 따른 폐업과 직원들의 생존권 위기에 몰려있다.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비판 여론에 철회
서울시는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국기 게양대 설치 계획을 밝혔다가, '낡은 국수주의'라는 비판 여론으로 이를 철회했다.
대신 시는 '자유를 위한 희생에 대한 감사'를 주제로 상징조형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 6·25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조형물에 대한 통합설계 공모를 시작했다. 이후 두 차례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최종 당선작을 발표한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같은 해 5월 본격 공사에 착수한 뒤 2027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우리나라 자유를 위한 희생에 감사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시민이 모여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경관 부조화, 세금 낭비 등의 계속되는 비판 여론을 잠재울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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