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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하라" vs "탄핵이 내란"…찬반 갈라진 광화문

  • 사회 | 2024-12-21 18:35

퇴진행동 "윤석열 즉각 파면"
대국본 "부정선거 수사하라"
고성·욕설 일촉즉발 상황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송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첫 주말인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로 나뉘었다.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다양한 깃발과 문화공연으로 축제를 방불케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를 했다. 탄핵 반대 일부 시민이 탄핵 찬성 집회 쪽으로 가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3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2만5000명)의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들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불렀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즉각 체포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집회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실정을 규탄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석훈 씨는 "윤석열의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끝나지 않았다.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옥탑에 산다. 윤석열이 난방비를 올려 힘들다"며 "청년의 삶 어디에 희망과 대안이 있냐"고 했다. 장애인 임유진 씨는 "12월3일의 공포는 장애인인 저에게 크게 다가왔다. 저는 말 그대로 홀로 죽어갔을지도 모른다"며 "동료시민분들 덕분에 함께 살아있다"고 했다.

파주 접경지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라는 윤설현 씨는 "계엄 당시 저는 여의도가 아닌 대문 밖으로 나가 탱크와 헬기가 있는지 밤새 불안에 떨었다"며 "수십만 주민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시도한 윤석열은 매국 역적 패륜도당"이라고 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계엄 이후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했다. "와와와"라 적힌 깃발을 들고 있던 김예지(24) 씨는 "헌법재판소가 빨리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끌어내렸으면 좋겠다"면서 "내년 여름에는 걱정 없이 좋아하는 록 페스티벌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모(60대) 씨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은 아직 그대로 있다"며 "윤석열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매주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자유통일당 등은 이날 오후 1시께부터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3만1000명)의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 불가를 주장했다. 이들은 "탄핵이 내란"이라며 "윤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시민들은 연설 중간마다 "아멘"을 외치며 화답했다. 곳곳에서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헌금'이라 적힌 자루를 들고 다녔다.

부정선거 주장도 이어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야당 192명 중 절반은 부정선거로 뽑힌 가짜 국회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만세"를 외치며 "계엄령 선포가 이 나라를 살린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무대에 선 사람들은 "선관위는 양심선언 하라"는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집회 현장에는 "선관위, 조작 선거 내용 밝혀라", "선관위 해체"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4·10 부정선거 수사하라"고 적힌 부스에서는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탄핵 찬성 집회 인원이 늘어나 광화문교차로까지 이어지면서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 간 거리는 200m 남짓에 불과했다. 경찰은 세종대로를 전면 통제했으나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이 탄핵 찬성 집회 쪽으로 이동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계엄은 구국의 결단, 탄핵은 반역" 등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든 70대 남성이 퇴진행동 측으로 다가가자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이라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이 그를 에워싸고 항의했다. "대한민국을 떠나라", "싸움 걸려고 왔냐" 등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강원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 퇴진 강원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강릉시 교통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 앞 등지에서 윤 대통령 탄핵과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대전에서는 오후 4시께부터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구속 파면·국민의힘 해체·사회대개혁 17차 시민대회'가 열렸다. 광주에서도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 '7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윤 대통령 처단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했다. 부산·대구 등지에서도 윤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렸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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