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과 깃발...조직되지 않은 '개인'의 참여 상징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8년 만에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다. 10~20대 이른바 'MZ세대' 여성이 주축이 돼 '응원봉'과 '깃발'을 들었다. 다양한 응원봉은 각자가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을 상징했다. '살찐 고양이 연합', ''거북목 직장인 연합회' 등의 깃발은 개성을 드러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운동권을 경험하지 않은, 단체 소속이 아니고 조직되지 않은 개인들"이라고 분석했다.
'보통의 시민'이 광장에 나올 때 세상이 변했다. 보통의 시민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여러 모습으로 존재했다. 1987년 6월항쟁부터 2024년 응원봉 시위까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광장 민주주의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1987년 6월항쟁에는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 대학 진학률 상승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중산층을 상징했다. 넥타이 부대는 당시 광장의 주축이었던 대학생, 재야세력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시민들은 점차 시민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계기였다. 앞서 2002년 월드컵으로 '광장'을 경험한 20~30대는 촛불을 들고 다시 광장에 나왔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의 대등한 관계 설정을 요구하며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이끌어냈다.
시민들은 2008년 다시 촛불을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발하면서다. 시민들은 한미 쇠고기 협정의 폐기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촛불소녀'로 대표되는 10대 청소년과 '유모차(유아차) 부대'가 시위를 이끌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시민 모임의 등장과 맥이 닿아있다. 집회와 시위 현장에 SNS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경험이 쌓이면서 광장의 모습도 변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는 20주간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한 하나의 문화였다.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더이상 한가지 모습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장기화한 집회는 점차 축제와 같이 변했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이 드러나며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던 때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촛불집회는 완전히 새로운 시위 문화가 주목받았다. 광장이 된 국회 앞에는 민중가요 대신 K팝 음악이 울렸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국회의 탄핵소추안 투표를 함께 지켜봤다. '선결제'를 통한 연대와 지지도 이어졌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2016년과 2008년 거슬러 올라가면 집회는 그 당시 새롭게 참여하는 시민들이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다양한 것을 들고 나왔다"면서 "이번 집회는 그것이 응원봉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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